[이 아침의 인물] 대한민국 1호 마술사 이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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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빈손에서 비둘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칼을 이리저리 마구 찌른 상자에서 멀쩡한 사람이 걸어나온다. 손대지 않아도 숟가락이 구부러진다. 마술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비둘기 마술부터 공중부양 마술까지 대중에게 친숙해진 이런 마술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고 널리 퍼트린 주인공은 ‘대한민국 1호 프로 마술사’ 이흥선이다.
1924년 10월1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흥선은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재학 중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서커스 유랑극단에 들어가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한국을 방문한 대만 마술사를 도와주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대만 마술사에게 모자에서 비둘기를 꺼내는 마술 등 몇 가지 기술을 배웠다.1949년 ‘천마극단’을 열고 첫 공연을 꾸몄다. 그의 전성기는 1960년대 TV 시대가 열리면서 시작됐다. 1964년 동양방송(TBC) 개국 특집 ‘마술쇼’를 시작으로 MBC ‘묘기대행진’, KBS ‘희한한 세상’ 등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인기를 얻었다.
그에게는 ‘알렉산더 리’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원로 가수 김정구 씨가 “한국 마술계의 알렉산더 대왕은 이흥선”이라는 뜻으로 붙여줬다. 그는 1998년 국내 첫 마술 상설 공연장 ‘알렉산더 매직바’를 열었다. 2011년 노환으로 별세하기까지 후학을 양성하면서 마술계의 저변을 넓혔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