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지지·교황 방북 타진…평화구상 확산 나서는 문대통령

'교황 평양 초청' 김정은 뜻 전달…냉전체제 종식 촉매제 주목
북미회담 '빅딜' 앞두고 아셈 참석…'동북아 새 질서' 지지 확보
안보리 상임이사국 프랑스 방문, 유엔 대북제재 논의에 이목 집중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의 중대 관문이 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 순방길에 오른다.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속도를 내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이번 유럽 순방은 문 대통령이 구상 중인 평화프로세스에 탄력을 붙일 수 있는 중요한 외교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남북미를 중심으로 이뤄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 논의에 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으로 숨통이 트인 북미 간 비핵화 '빅딜'의 동력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문 대통령은 13일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순방에서 프랑스·이탈리아·교황청 방문 및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정상회의 참석 일정 등을 소화한다.

가장 이목이 쏠리는 일정은 교황청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방문 요청 뜻을 전달할 계획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초청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볼 것을 권했고, 김 위원장은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교황은 그동안 문 대통령이 이끌어 온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등 중대한 전기가 있을 때면 별도의 메시지로 이를 지지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수락할지는 알 수 없으나 세계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인물인 교황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교황과 만남은 한반도 해빙 무드에 또 하나의 촉매제가 될 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이 18∼19일 유럽정치의 본산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아셈에 참석해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한·EU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지지의 저변을 넓히는 중요한 일정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이루자는 우리 정부의 목표를 지지해 주셨다"며 "유럽이 지속적으로 그 프로세스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평화프로세스의 무대를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뜻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를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의 종식'이라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가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얼마나 진전될지도 관심사다.

베를린장벽 붕괴(1989년 11월 9일) 30주년을 앞둔 유럽을 찾는다는 점에서 각국 정상들을 상대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의 상당수 국가가 북한과 수교 관계를 맺고 교류를 지속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북아 새 질서 정립에 이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순방국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가 포함됐다는 점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대북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문 대통령도 어떤 식으로든 유엔의 대북제재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B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의 단계에 도달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일정 시점에서 대북 경제 제재의 완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한 만큼 이와 관련한 일정 수준의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서 요구하는 '상응조치' 중 하나로 제재완화가 꼽히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에서 어느 수준까지 대북제재 문제를 논의할지는 중요한 대목이다.문 대통령은 이번에 방문하는 국가들이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의 선진국인 만큼 미래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공동대응 등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