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내건 부동산 정책, 서울 상업·준주거지역의 개발 촉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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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눈 - 이상수 에스플러스 대표여러 차례의 강력한 주거안정대책에도 상승을 이어가던 집값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다소 진정되며 관망세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이 이제서야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이유는 9월 전후의 대책이 큰 차이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신규택지 공급은
지자체 거센 반발에 차질 우려
주거환경·교육여건 강화 등
삶의 질 향상 위한 대책 필요
용적률 완화·주택비율 확대
주차창 기준 완화는 '인상적'
도심 주택건축 사업성 높여줘
9월 이전 여섯 차례의 대책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규제, 전매제한, 규제지역 지정 등의 조치가 주를 이뤘다. 투기나 투자수요를 규제하는 억제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셈이다. 또한 주택 공급에 민감한 재건축과 재개발 시장 규제도 내놨다. 이로 인해 매도를 주저하는 소유주들이 늘어나면서 매물 감소로 이어졌다.정부는 그동안 공급 측면에서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부동산 투기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공급은 배제하고 수요 억제책만 발표했다. 하지만 강한 수요 억제책에도 수요는 위축되지 않았다. 신규 공급마저 감소하면서 규제 발표 이후에도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원인이 됐다.
정부는 지속적인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9·21 주택공급 확대방안’엔 이전의 대책과 달리 수도권 신규택지 공급과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균형을 잃었던 부동산 정책은 이번 발표로 어느 정도의 중심을 찾게 됐다. 특히 공급에 대한 기대가 관망세로 연결되면서 상승 국면이던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럽게 안정세로 이어가고 있다.
9·21 대책의 내용을 보면 서울 외곽권과 중심권으로 나눌 수 있다. 외곽권은 신규 공공택지지구를 통해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중심권에선 정부가 보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하지만 서울 외곽지역의 공공택지지구 공급은 수월하지 못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광명과 의왕, 성남, 시흥, 의정부, 인천 등에 2만5000가구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공급대책 발표 후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은 수도권에 있는 1기 신도시 등과 비교해 지난 3년 동안 집값 상승률이 낮았다. 추가로 공급까지 증가한다면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에다 편의·기반시설 등 부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아무런 보상 없이 공공의 문제를 해당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신규 택지공급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1기 신도시인 평촌이나 2기 신도시인 판교처럼 우수한 교육 여건으로 자녀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거나, 풍부한 일자리가 있어 직장과의 출퇴근이 편리한 업무지구를 공공택지 안에 계획한다면 반대의 목소리는 잦아들 것이다. 주택 공급만을 위한 택지개발이 아니라 주거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 개발한다면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삶의 질 향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반대 의견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다.
서울 중심권 공급은 외곽의 공공택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땅이 부족해 2만~3만 가구를 공급하기 어렵고, 매년 상승하는 토지 가격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공사에서 토지 매입을 통한 공공주택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서울처럼 개발 부지가 부족한 지역은 땅을 넓히기 어렵기 때문에 주택을 높게 지을 필요성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서울시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공급 계획에선 상업지역(200%)과 준주거지역(100%)의 용적률 상향이 포함됐다. 과거 정책과 다른 모습이다.
특히 두 가지가 매우 인상적이다. 첫 번째는 상업지역에서 주택 공급 시 상업용도 비율이 30%였던 것을 20%로 낮춘 것이다. 즉, 분양성이 뒷받침되는 주택 비율을 70%에서 80%로 높였다.
두 번째는 주차장 설치 기준의 요건 완화다. 주택 공급에 가장 큰 제한은 주차장 확보인데 개발 부지가 부족한 중심권은 주차장 확보가 어려워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발표는 주차장 기준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에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해줬다.
결과적으로 용적률 상향과 주택비율 상향, 주차기준 완화의 3박자가 모두 갖춰지면서 주택건축 사업성이 좋아진 셈이다. 이로 인해 민간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 계획을 통해 구도심의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은 정책적 도움을 받아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