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감 몰아주기 단속하는 공정위, 퇴직한 변호사에 '무더기 일감'

1년8개월간 소송 14건 맡겨
공정위 "신속대응 목적" 해명

김종석 의원 "기업은 예외없는데 공정위만 정당한지 의문"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철퇴를 가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작 퇴직자에게는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정위에 근무했던 변호사에게 송무(訟務)를 대거 수의계약 방식으로 밀어줬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공정위 소송 수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 소지자인 A씨는 2011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공정위 직원으로 근무했다. A씨는 내부 규정에 따라 공정위 출신 변호사의 선임 제한 기간(18개월)이 끝난 뒤 2017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로부터 14건의 송무를 수임했다. 착수금과 승소 사례금 명목으로 받은 금액은 1억7600여만원이다.공정위는 불공정거래에 따른 과징금에 반발하는 기업·개인들의 불복 소송이 적지 않다. 공정위는 소송이 들어오면 주로 정부 법무공단·법무법인(로펌)을 이용하거나 공정위 소속 변호사가 직접 소송에 응한다.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245건(변호사 선임비 43억4000만원 규모)의 공정위 소송 중 정부 법무공단이 46건(18.8%)의 변호를 맡았다. 공정위 변호사의 직접 대응이 31건(12.7%)이었다. A씨는 세 번째로 많은 14건(5.7%)을 맡았다. 개인 변호사로는 가장 많은 송무를 가져간 셈이다.

문제는 A씨가 공개 입찰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건을 수임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 측은 공정위가 1982년 공정거래법 제정 후 지금까지 공개경쟁 방식이 아니라 수의계약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온 관행도 문제삼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소송업무 특성상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고, 공정거래 관련 사건은 전문적 지식 등이 요구돼 공개경쟁 방식으로 변호사 선임을 진행할 경우 기한을 준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명했다.김 의원은 “일반 기업의 경우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기존 상품의 디자인을 신속하게 변경할 필요가 있어 계열사에 해당 업무를 위탁해도 공정위로부터 ‘일감몰아주기’의 예외로 볼 수 없다는 식의 엄격한 판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수의계약하고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정당하고, 기업이 효율성을 높이고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거래는 일감몰아주기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