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호 대장은, '무산소'로 히말라야 고봉 14좌 완등…창조적 등반의 대가

해외서 더 유명한 김창호 대장
“산에 가지 않는 산악인은 의미가 없습니다.”

김창호 대장(49·사진)은 2013년 9월 제14회 대한민국 산악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을 때 밝힌 소감처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창조적 등반을 추구하는 대표적 산악인으로 꼽힌다. 최소한의 인원과 장비, 식량만으로 등정하는 ‘알파인 스타일’을 고수해왔다.경북 예천 출생으로 영주 중앙고, 서울시립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 동계와 1992년 추계 일본 북알프스 원정으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1993년 그레이트 트랑고타워(6284m)를 시작으로 히말라야와 만났고 2007년 K2(8611m)를 무산소 등정한 데 이어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를 무산소로 등정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 대장은 지난해 5~6월에 걸쳐 ‘2017 코리안 웨이 인도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다람수라(6446m)와 팝수라(6451m)에서 새 루트를 개척했다. 준비 등반으로 7000m급 강가푸르나 서봉 정상 직전까지 오른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아 산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2018 코리안 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를 꾸려 지난달 28일부터 11월11일까지 45일 일정으로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도전했다. ‘남들이 가지 못한 길’을 찾아 나섰던 김 대장은 지난 12일 밤 베이스캠프에 몰아닥친 눈폭풍에 휩쓸리며 결국 숨을 거뒀다.

사고를 당한 원정대에 포함된 임일진 다큐멘터리 영화감독(49) 역시 김 대장만큼이나 산을 사랑하는 영화인이었다. 그는 파키스탄 스탠픽(7020m)·가셔브룸(7147m), 네팔 촐라체(6440m)·에베레스트(8848m) 등을 촬영했다. 2008년에는 영화 ‘벽’으로 산악영화제로 유명한 이탈리아 트렌토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임 감독은 2015년 영화 ‘히말라야’의 특수촬영(VFX) 원정대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초모랑마에서 숨진 동료 산악인의 시신 수습에 나선 엄홍길 대장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