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들, 걸리기만 해보라"는 사법 공포국가로 가려는가

기업 경영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경영자들을 형사처벌하는 법규가 남발되고 있다. 투자 등 의사결정의 결과를 사후에 판단해 감옥에 넣는 ‘걸면 걸린다’ 식의 배임죄로 많은 기업인이 옥고를 치르고 있는 데 이어 최근에는 노동사건 발생 기업의 경영진까지 형사처벌케 하는 법규가 쏟아지고 있다. 근로시간 규정을 어기면 대표이사를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비롯해 안전·보건 사고 때도 대표이사를 형사처벌하는 법령이 입법예고돼 있다.

외국에서는 민사(民事)로 다루는 부당노동행위를 징역형 범죄로 규정한 법규로도 모자라, 정부가 앞장서 “해당 기업인들을 철저히 가려내 엄중 처벌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조치의 대부분에서 ‘기업인 유죄추정주의’를 전제한 사법적 적개심이 깔려 있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우려다.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나면 사업주를 7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단적인 예다. 사업을 수주하고 영업활동을 해야 할 대표이사에게 안전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조치라는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는 귀담아 새겨야 할 것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발족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고용부에 “그간의 부당노동행위 수사관행에 유감을 표명하라. 기업에 대한 강제수사를 철저히 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낸 이후 노조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가 훨씬 높아진 현실도 그냥 넘길 수 없다. 법은 국가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의 ‘과잉 금지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걸리기만 해보라”는 식의 적개심이 묻어나는 행태는 즉각 멈춰야 마땅하다.

법은 그로 인해 기대하는 최대한의 효과를 내도록 하는 데서 멈춰야 한다. 이는 부당노동행위 규제 제도의 ‘원조’인 미국을 비롯해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임금의 소급지급 등 ‘원상회복의 원칙’에 바탕을 둔 민사로 취급하는 데서도 분명해진다. 유독 이 나라만 ‘노사 자치주의’를 무시하고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사용자에게 형벌 조항을 최대한 적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삼성 노조와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단일 사건을 갖고 11차례나 압수수색을 벌인 데서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위력(威力)을 동원한 파업참가 거부 근로자 제재, 사용자에 대한 부당한 행위 강요 등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 눈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인들이 어떻게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이제라도 ‘법이란 무엇인가’를 근본에서부터 다시 성찰해 볼 것을 주문한다. 합리와 이성의 범주를 넘어 도덕적·민사적 영역까지 무조건 엄벌하려는 ‘형벌 만능주의’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