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ICT연구소 "노인층 교육 수준따라 모바일 금융 이용률 최대 2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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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지난 12일 오후 1시 서울 시내 한 은행 지점. 10명이 넘는 고객이 창구에 대기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60대 이상의 고령층. 30~40분을 대기해 겨우 은행 직원과 만났지만 이들의 용무는 단순한 입출금 또는 계좌이체였다. 모바일 기기 및 ATM을 통해 은행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노인층 스마트폰 주간 사용량
대졸자 21시간, 고졸 16시간
연령대 맞춘 실버 강사 제도 등
실버세대 디지털교육 강화해야
노인들이 디지털 경제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다수의 은행이 온라인·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이 부족해 이용률이 저조하다. 이들을 노린 보이스피싱과 해킹도 기승을 부리면서 실버 세대를 위한 디지털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모바일 금융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시간이 학력 수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이하 교육을 받은 노인 집단의 금융앱 이용시간은 대학 교육을 받은 집단의 52% 수준에 그쳤다. 바른ICT연구소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른 사회적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SK텔레콤과 연세대가 함께 설립했다.
연구소는 고령층에서 학력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고졸 이하 노인들은 스마트폰을 1주일에 평균 16.8시간을 사용한 데 비해 대졸자 노인은 21.1시간을 사용해 5시간 이상 차이가 났다. 19~59세는 대졸 여부에 따른 스마트폰 사용시간 격차가 2시간에 못 미친 것과 크게 대비된다.
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사진)은 “노인들 사이의 정보격차 문제를 풀려면 기존과는 다른 디지털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고령층 대상의 디지털 교육에는 접근-역량-활용으로 구성된 3단계 강화 방법론을 주로 써왔다. 접근 강화는 컴퓨터 또는 모바일 기기와 친숙하게 하는 단계다. 이후 기본적인 디지털 기기 이용 교육을 통해 사용법을 익히는 역량을 강화한다. 마지막 활용은 교육을 토대로 노인들이 디지털 서비스를 실제 이용하거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단계다.연구소는 3단계 방법론에 위험관리를 추가한 4단계 방법론을 제안했다. 고령층 세대는 금융사기 및 피싱(phishing)을 당할 위험이 높고,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연구소의 제언이다. 또 효과적인 교육 체계를 구축하려면 고령층의 디지털기기 사용 현황에 대한 깊이 있는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김 소장은 “금융권에서도 고령층을 고려한 금융사기 방지책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며 “피해 방지 요령을 고령층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위험관리를 효과적으로 교육하려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실버 강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고령층의 기호와 관심사에 맞춘 강의를 하려면 같은 고령층 강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실버 강사를 실제로 활용해보니 젊은 강사들이 했을 때보다 소통 및 공감대가 잘 형성됐고 수강생의 이해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연구소는 실버 강사 육성을 위해 실버넷과 협력하고 있다. 실버넷은 노인 기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매체다. 디지털 교육을 받은 실버 기자들을 실버 강사로 활동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김 소장은 “실버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노인 세대 간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