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기고] ICO 단계별 자금조달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딜로이트-한경닷컴 기획연재 (6)
김바올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차장 >
한국 정부는 2017년 9월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암호화폐 공개(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후 암호화폐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심의를 거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금융위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정도를 제외하면 ICO에 대한 별다른 법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의 ICO 금지 발표 외에 뚜렷한 법안이 발효되지 않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ICO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ICO 자금모집은 국내외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자금모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코인스케줄 (www.coinschedule.com)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2017년 한 해 전세계 ICO를 통한 자금 조달은 한화 약 6조원, 2018년 들어서는 9월 말까지 2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 정부의 전면 금지에도 불구하고 해외를 통해 활발히 이뤄지는 ICO를 통한 자금모집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자금모집 계획

앞선 5회 기고(☞ ICO 사업모델 '토큰이코노미'가 답해야 할 핵심 질문들)에서 설명했듯이 기업은 프로젝트의 비즈니스 모델과 토큰 이코노미 설계가 완성되면 이를 근거로 백서(White paper)를 작성한다. 백서는 일종의 사업계획서다. 투자자들은 백서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투자 결정을 내린다. ICO를 통한 자금모집은 백서 작성 완료 후가 아닌 백서 작성 시작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모집 계획 수립 역시 백서 작성과 동시에 진행된다.

ICO의 자금모집에 대한 계획 수립은 기업공개(IPO)와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가치 산정부터 시작한다. IPO는 지분의 일정량을 대중에게 공개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며 ICO는 지분 대신 발행할 토큰의 일정량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를 보통 이더리움 같은 코인과 교환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토큰과 코인의 차이점은 1회 기고(☞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암호화폐란 무엇인가?)를 참고하길 바란다.IPO를 준비하는 기업은 국내의 경우 특정 투자은행 혹은 증권회사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증권거래소와의 사전 예비협의를 거쳐 주관사로부터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다. 해당 기업 가치에 따라 대중에게 공개되는 지분 양과 주식 수가 결정된다. 여기서 결정되는 지분 수에 따라 지분당 가격이 설정돼 증권거래소를 통해 사고팔게 되는 것이다. 반면 코인(암호화폐) 거래소는 증권거래소처럼 상장 기업이 지켜야 할 관련 규정이 지금은 없다. 그러므로 주관사 선정에 대한 법률적 제재도 없을 뿐더러 주관사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ICO 프로젝트 가치에 대한 평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토큰의 양과 수를 모두 ICO 진행 기업이 임의로 설정하는 이유다.

IPO는 어느 정도 매출과 규모가 있는 기업이 대중에게 주식을 매매해 자금을 조달, 이를 통한 비즈니스 확장을 목표로 하므로 기업 가치 산정이 용이한 편이다. 반면 ICO는 프로젝트가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서의 일환인 백서를 통해 자금모집을 하기 때문에 기업 가치 산정에 추정이 많이 반영된다. 이러한 ICO의 성격으로 인해 추정치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 정확히는 ICO 프로젝트의 가치가 산정되며 해당 가치를 바탕으로 토큰 분배량, 대중에게 공개되는 토큰 양, 토큰 당 가격, 자금모집 총액이 정해진다. 해당 자금모집 계획 내용은 모두 백서에 포함되며 이를 바탕으로 본격 자금모집이 이뤄진다.

“ICO는 기업 가치 산정에 추정이 많이 반영되는 것이 사실이다.”단계별 ICO

ICO는 크게 프리(Pre)-ICO, ICO, 포스트(Post)-ICO의 3단계로 나눈다. 이처럼 분리하는 기준은 자금모집이다. 기업이 자금모집을 공식적으로 시작하기 전 단계가 Pre-ICO, 자금모집을 시작해 진행 중인 단계가 ICO, 자금모집이 완료된 이후 단계가 Post-ICO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ICO는 IPO와 달리 향후 상용화될 해당 토큰 혹은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도 목표 자금모집 금액의 투자 유치를 달성할 경우 ICO가 완료된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따라서 ICO는 Pre-ICO 단계에서 자금모집이 활발히 진행돼 조기 마감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거래소에 토큰을 상장하지 않아도 목표 자금을 모집하면 ICO 완료로 본다.”Pre-ICO 단계

보통 백서가 작성되기 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자금모집을 Pre-ICO 혹은 프리세일(Pre-Sale)이라 표현한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가족이나 지인, 벤처캐피털·대기업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적으로(Private) 자금모집이 이뤄진다. Pre-ICO는 ICO를 진행하는 기업 및 경영진을 믿고 투자하므로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구조를 지닌다. 기업은 Pre-ICO를 통해 모집하려는 자금의 목표금액을 설정한다. 통상 프로젝트 시작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자금으로 책정하며 이를 소프트캡(Soft-cap)이라 하며 ICO를 통해 모집하고자 하는 자금 전체의 목표금액은 하드캡(Hard-cap)이라 한다.

Pre-ICO에서는 ICO를 통해 대중에 공개되는 토큰 가격보다 큰 할인율과 보너스율을 적용 받아 토큰이 거래된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선(先)거래되다 보니 토큰 상장 이후 바로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투기행위 방지를 위해 락업(Lock-up: 재판매 금지 기간)이 설정된다. 락업은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다양하며 토큰 구매시 사용하는 투자계약서(SAFT)에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장외거래(OTC·Over The Counter)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SAFT는 토큰의 거래사항이 명시된 일종의 투자계약서로 보통 프리세일에서 토큰을 거래할 때 당사자 간에 체결한다.”

ICO 단계

기업은 백서가 작성되고 자금모집 계획이 완성되면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자금모집을 실시한다. ICO 자금모집은 대개 특정 기간을 둬 기간별로 다른 할인율 및 보너스율을 적용해 진행하곤 한다. 이때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적용되는데 이는 다음 7회 기고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대중은 보통 홈페이지·블로그·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프로젝트 담당자를 접하고 소통하며 실제로 투자가 이뤄질 때는 스마트 컨트랙트(서면계약을 프로그램 언어인 코드를 통해 디지털화하는 것) 기능을 활용해 투자자의 이름, 토큰지갑 주소, 투자시간·금액, 이메일·주소·전화번호·신분증 등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게 된다.

투자자는 ICO 투자시 거래소 지갑이 아닌 투자자의 개인 토큰지갑을 사용한다. 투자자의 개인 토큰지갑에서 ICO 프로젝트의 스마트 컨트랙트 지갑 주소로 코인을 보내면 투자가 이뤄지고, 프로젝트가 투자자의 개인 토큰지갑 주소로 해당 프로젝트의 토큰을 보내면 투자가 완료된다. 이 과정은 락업이 설정된 경우 해당 락업 기간 이후 이뤄진다.

“투자자는 개인 토큰지갑에서 코인을 송금하고 해당 프로젝트의 토큰을 받는다.”

Post-ICO 단계

기업은 하드캡을 달성하면 ICO 종료로 본다. 이후 기업은 ICO를 통해 모집된 자금을 활용해 백서에 명시된 대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도록 노력한다. 투자자는 해당 프로젝트의 토큰이 실생활에서 상용화되거나 코인 거래소에 상장돼 가치가 올라갈 것을 기대한다. 또한 기업은 ICO를 통해 형성된 투자자 커뮤니티를 관리하면서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투자 동향

최근 이더리움 가격 급락 탓에 ICO를 통한 자금조달이 종전보다 어려워진 게 사실이나 여전히 다양한 프로젝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존 ICO 프로젝트의 이더리움 매도를 통한 현금 확보, 이로 인한 ICO 수요 감소 등이 이더리움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내외 암호화폐 관련 규제 제정 가능성이 이슈화되는 상황에서 향후 ICO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딜로이트와 한경닷컴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ICO의 실체를 파악하고 한국 정부 및 사회가 보다 합리적인 법규와 정책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고자 기고를 총 10회에 걸쳐 기획 연재합니다. 딜로이트는 ICO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는 만큼 한경닷컴 기고문에서 최대한 의견 표명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한경닷컴 독점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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