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안 가고 국내에서 수술"…급성장하는 모발이식 시장

산업리포트

"마지막 남은 뷰티 헬스케어"

국내 탈모산업 규모 4조 육박
병원 찾는 환자 절반이 2030

모발이식하려 터키 찾던 한국인
사후 관리 문제로 국내 '유턴'

미용 목적 수요도 점점 늘어
로봇 활용 등 수술법 진화
모발 이식 병원에서 의사들이 이식할 모발을 뒤통수 쪽에서 채취하고 있다. /한경DB
터키는 전 세계 ‘탈모인의 성지’로 꼽힌다. 저렴한 모발이식 수술비 덕분에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수술 비용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80%가량 저렴하다. 터키 보건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200건 이상의 모발이식 수술이 터키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계 모발이식 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인들도 모발이식을 위해 터키를 찾는다. 터키의 모발이식 중개업체는 최근 4년간 1000여 명의 한국인이 터키에서 모발이식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용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수술과 사후 관리 등의 문제로 국내에서 모발이식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의 한 모발이식 전문병원 관계자는 “탈모뿐만 아니라 미용 목적으로 모발이식을 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탈모로 병원 찾는 20~30대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로 병원을 찾아 진료받은 사람은 22만 명이 넘는다. 탈모 치료를 위해 지출한 비용도 약 383억원에 달한다. 병원을 찾지 않고 탈모로 고민하는 경우를 포함하면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탈모로 병원을 찾은 연령대를 보면 20대(20.3%)와 30대(24.4%)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가족력에 따른 유전적 영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탈모로 고민하는 연령대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 탈모 인구가 늘면서 이와 관련한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탈모치료제와 샴푸, 모발이식 등 탈모 관련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지막 남은 뷰티 헬스케어 시장은 모발이식 시장”이라며 “탈모방지제를 만들거나 모발이식 사업에 뛰어든 회사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미용 목적의 여성 모발이식 늘어나

국내 최대 탈모치료병원인 모제림성형외과는 탈모 치료 하나만으로 지난해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모발이식 건수가 44.4% 증가했다.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소속 의사도 40여 명에 달한다. 상장사인 메타랩스가 모제림성형외과 운영을 지원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MSO) 모제림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메타랩스 관계자는 “모발이식 수술을 받고 나서 곧장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탈모로 고민하던 환자들의 수술 후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수술비용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0모당(손가락 하나 정도 넓이) 모발이식 비용은 500만원 수준이다. 탈모로 고민하던 20대 남성 아이돌 가수 등 연예인도 모발이식 병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어라인 교정 등 미용 목적으로 모발이식 수술을 받는 여성도 늘고 있다. 이마 라인에 따라 얼굴이 갸름해지고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모제림성형외과에서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여성 비율은 올해 9월까지 54.3%로 남성보다 많았다.

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승무원이나 아나운서 같은 전문직 여성들이 많이 받았던 헤어라인 교정술이 보편화되는 추세”라며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여성들이 모발이식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의료 관광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모제림 외에도 초이스피부과 JP성형외과 등 서울과 수도권에만 수십 개의 모발이식 병원이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 가운데는 경북대병원이 가장 큰 규모의 모발이식센터를 갖추고 있다. 탈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대다모’ 등에는 모발이식 병원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탈모 특징에 따라 다른 수술법

모발이식 수술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해 대중화됐다. 초기에는 작은 원형 펀치 등의 도구로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는 뒤통수 쪽 모발을 채취해 앞머리에 이식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나 이식한 부위 모발이 칫솔모처럼 부자연스럽고 두피 표면도 울퉁불퉁해지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세한 모낭 단위 모발을 이식하는 수술법이 개발됐다. 국내에서 관련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다.

수술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피 모낭을 절개해 모판처럼 이식하는 절개 수술과 절개하지 않고 모낭 단위별로 뽑아 이식하는 비절개 수술이다. 비절개 수술에는 로봇을 활용해 의사의 손떨림을 보정하는 수술도 활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절개 수술은 절개 수술보다 이식할 수 있는 모발 수가 적기 때문에 탈모 상태 등에 따라 의료진과 상의해 수술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부위 모발은 빠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다른 부위에 추가 탈모가 생길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수술한 뒤에도 약물치료를 받는 것을 의료계는 권장하고 있다.

김기만/이지현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