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에 가로 막힌 北철도 현지조사, 두달 만에 재추진

北美대화 재개 반영인듯…정부당국자 "한미 긴밀협의중"
지난 8월 유엔군사령부에 막혀 무산됐던 남북의 북측구간 철도 현지 공동조사가 이달 하순 재추진된다.남북은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말∼12월초 진행하기로 했고, 이를 위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0월 하순부터, 동해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1월 초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는 일단 우리 측 지역에서 철도차량이 올라가 신의주 지역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이후 차량이 북측 지역에서 곧바로 동해 쪽으로 이동해 금강산부터 함경북도까지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의 경우 10일 안팎, 동해선 공동조사는 15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각각의 일정은 단축되거나 연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의 이번 공동조사 착수 합의는 지난 8월 말 남측이 인원과 열차를 투입해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 현지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유엔사가 군사분계선(MDL) 통행계획을 승인하지 않는 바람에 무산된 지 두 달 만이다.

일단 남북이 공동조사 및 착공식 일정에 합의한 것은 결국 유엔사, 나아가 미국과의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한다.형식상 우리 정부와 유엔사 간 협의이지만, 본질상 한미 협의에 달린 사안이라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유엔사의 주축이 미군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조사에 제동이 걸린 것도 남북관계 진전 속도, 대북제재 이행 등과 관련해 미국 정부 안팎의 기류가 반영된 결과였다는 것에 대체적 해석이었다.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는 등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성사 이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하는 등 북미 간에 비핵화·평화체제 관련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이번 북측구간 철도 현지조사에도 좋은 영향을 줬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사찰, '조건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북한의 각종 비핵화 조치가 거론되는 상황인 만큼 미국도 제재 위반 소지가 적은 남북교류 사업에까지 제재의 고삐를 죌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앞서 유엔사가 공동조사에 제동을 건 사유 중에는 열차 연료로 쓰기 위해 경유를 싣고 방북하는 문제가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에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이 문제를 정리했는지도 관심이 쏠린다.

휘발유·경유·등유를 아우르는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량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됐다.

또 미국 국내 법인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법'에 의하면 대북 정유제품 이전은 전면 금지됐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경유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조사에 활용한 뒤 나머지는 다시 가져오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을 미국 등에 지속적으로 설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브리핑에서 철도·도로연결 관련 유엔사와의 협의에 대한 논의가 회담에서 있었느냐는 질문에 "유엔사와 협의하는 문제는 북측과 상의할 사항은 아니고 우리가 유엔사와 협의할 문제인데 그런 문제는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남북이 합의된 일정이 차질이 없도록 그렇게 해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조사 관련 사안에 대해 한미 간 협의는 계속 긴밀하게 하고 있다.아직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우리의 입장을 미국 측도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협의 과정에서 계속 설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