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비판' 틀어막은 與 의원들

성수영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취소하든지 잘못했다는 식의 얘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난 15일 통계청 국정감사장에 여당 의원의 호통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증언대에 선 20년차 통계청 직원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해당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피감기관 직원의 업무상 과실이나 불성실이 아닌, “정부는 통계의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통계청 노조 성명서였다.이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기영 통계청 노조위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러내 거세게 몰아붙였다. 지난 8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갑자기 경질되자 통계청 노조는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절차대로 투명하게 공표했지만 정부가 통계나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며 정부의 석연치 않은 인사를 비판했다.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황 전 청장이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빌미가 된 고용 및 소득분배지표 악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해 교체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강 의원은 “당시 성명서에서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고 단정했는데 뭘 보고 왜곡했다고 확신했냐”고 추궁했다. 최 위원장이 당시 통계청 내부 분위기 등을 언급하며 정서상 우려를 느꼈다고 답하자 “뭐 하는 짓인가. 참고인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책임감도 없이 아무렇게나 ‘정서상’이라고 발표해도 되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국감이 끝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잘못도 없는데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강 의원의 이날 언행은 동료 의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어진 질의에서는 다른 의원들이 최 위원장 안위를 걱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전 통계청장이 전격적으로 교체됐기 때문에 노조 입장에서는 당연히 통계의 독립성을 우려할 수 있다고 본다”며 최 위원장을 다독였다.

국회가 국감에서 피감기관에 휘두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은 행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주어진 것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틀어막는 건 이 같은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통계청 노조위원장이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여당 의원이 윽박지른다면 통계 신뢰성에 대한 논란만 더욱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