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유치원'에 칼 뽑은 당·정…"실명 공개, 지원금 환수 추진"
입력
수정
지면A6
17개 시·도 교육청, 사립유치원 비리 전수조사 착수정부·여당이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원비를 ‘쌈짓돈’처럼 쓴 사립유치원 명단과 유치원 원장의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쓸 경우 횡령죄를 적용하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의 초강력 제재 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당정은 지금이 조직적 반발에 수차례 막혔던 사립유치원 개혁 작업을 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 관련 대책을 최대한 신속하고 강도 높게 추진하기로 했다.
이낙연 총리 "국민에게 모조리 알려라"
회계 투명화·학부모 견제 상시화
감독 강화 등 종합대책 마련 지시
횡령·비리 처벌 강화 나선 與
누리과정 지원금 2조원 규모
보조금 형태로 전환해
횡령죄 처벌·지원금 환수 추진
유치원연합회는 "교육부에 책임"
◆개혁 적기라고 판단한 당정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국민이 아셔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것이 옳다”며 사립유치원 비리 전수 조사와 명단 공개를 지시했다. 이 총리는 “유치원 회계 집행의 투명화, 학부모가 동참하는 견제의 상시화, 교육기관의 점검과 감독 내실화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음주 중 정부와 긴급 당정협의를 열어 중대한 횡령 비리로 적발된 유치원 처벌과 지원금 환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교육부에 따르면 조만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사립유치원을 포함, 전체 유치원에 대한 비리 전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유치원에 대한 1차적 관리·감독 책임은 일선 교육청에 있다. 또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과 원장 실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 명단을 공개하는 교육청은 7곳이다.정부·여당은 당초 24일로 예정됐던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 발표를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21일로 앞당기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유치원연합회의 막강한 로비력과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 휴업 등 조직적인 저항에 강도 높은 개혁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속전속결로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 비리 근절 3법 발의
국회 차원의 법 개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3법(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지원금 형태인 2조원 규모의 정부 누리과정 자금을 보조금 형태로 바꿀 방침이다.회계상 ‘보조금’이 아니라 ‘지원금’일 경우 유치원 원장의 부정을 발견하더라도 횡령죄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유치원 회계정보 공개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 지원금 횡령 자체를 막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에듀파인은 국공립 유치원엔 적용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에는 업계의 반대로 도입하지 않았다. 이 밖에 횡령을 저지른 원장이 간판만 바꿔 달고 다시 개업하는 이른바 ‘간판 갈이’ 행위를 막기 위한 법안도 낸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박춘란 차관 주재로 1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관·유아교육 담당자 긴급회의를 열고 유치원 감사 방식, 사립유치원 회계 규정 개선 등 대책을 논의했다. 박 차관은 “유치원 비리, 부패, 불공정 문제는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임을 재확인했다.18일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전국 시·도교육청 부교육감 회의를 열기로 했다.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감사 결과 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감사 실시 주기와 기준 등 세부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치원연합회는 반박
국민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는 회계규칙을 마련해달라고 교육부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어떤 개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책임을 교육부에 떠넘겼다. 이 위원장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섭/구은서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