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無규제가 곧 혁신"…3.5일에 한 개꼴 유니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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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주년 - 혁신성장, 성공의 조건중국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큰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센스타임, 중국 최대 자전거공유서비스 업체 오포. 모두 창업한 지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중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서 출발했다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창업 초기에는 어떤 정부 규제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 베이징
(6·끝) 혁신성장의 글로벌 현장…한경 특파원 7인의 리포트
총알이 일단 날아가게 하라
中정부 신산업 전략적으로 방치
부작용 일어나도 일단 파이 키워
세계 유니콘기업 30%가 중국
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기업가치 560억弗…우버 맹추격
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디디추싱은 2014년 차량호출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승객 감소를 우려한 택시 기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았다. 택시와 디디추싱 고객층이 다를 것으로 판단했고 디디추싱이 활성화되면 베이징의 택시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그 덕에 디디추싱은 고속 성장했고 2년 뒤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미국 우버의 중국법인을 인수했다. 최근엔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60억달러(약 63조4000억원) 수준으로 우버(699억달러)를 맹추격하고 있다.
오포와 모바이크 등 자전거공유서비스 기업의 고속 성장에도 중국 정부의 무(無)규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4년 선보인 공유자전거는 편의성을 앞세워 빠르게 이용자를 늘렸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아무 곳에나 세워두면서 거리 곳곳이 방치된 자전거로 몸살을 앓았다. 시민들의 불만이 폭증했지만 베이징시는 한동안 관여하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야 자전거 관리에 관한 규제를 도입했다.중국의 혁신성장 지원 정책은 ‘총알이 일단 날아가게 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발전 가능성이 큰 신산업은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전략적으로 방치한다. 대신 많은 기업을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정부의 파격적인 무규제 정책이 중국 혁신기업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이 같은 무규제 원칙 덕분에 중국에선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산업 분야 스타트업이 3.5일에 하나꼴로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하고 있다. 중국의 후룬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162개에 달했다. 이 중 52곳이 올해 새로 유니콘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다른 리서치기관인 미국 CB인사이츠조사에서는 올 8월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은 모두 261개로 미국이 112개(43%), 중국이 76개(29%)다. 지난 3월 64개였던 중국 유니콘은 5개월 만에 12곳이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유니콘은 116개에서 4개 줄었다.중국 정부는 혁신기업을 위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할도 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혁신기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이들 기업이 개발한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AI 기술을 이용한 얼굴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센스타임이 대표적이다.
센스타임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얼굴인식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센스타임 기술을 활용해 신호등 카메라로 무단횡단자를 적발한다. 또 경찰 안경에 장착한 카메라를 이용해 수배자를 찾고 있다. 정부가 수억 명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 덕분에 센스타임은 99%의 정확도를 갖춘 얼굴인식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센스타임은 창업 4년 만에 기업가치가 45억달러로 평가받으며 세계 최고 AI 스타트업에 올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규제 탓에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중국 기업은 아무런 제약 없이 먼저 치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없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중국 혁신기업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가 갈수록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