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푸드 회생신청에 로드숍 화장품 업계 부진 우려

"경쟁 심화속 내수 침체·중국 관광객 감소·대기업 H&B 확대 등 영향"
스킨푸드가 회생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1세대 로드숍 화장품 업계 전반이 부진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16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가 협력업체들에 납품대금 2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공장 부지 등이 가압류당했고 매장 직원 181명은 최근 권고사직 당했다.

스킨푸드는 기업가치가 충분하다며 사업을 정상화해 수익구조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인력업체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자 파견한 매장 직원을 해고한 것이다.

이 때문에 스킨푸드는 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에 있는 매장들의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스킨푸드 관계자는 "권고사직 대상 직원들은 회사에서 직접 고용관계에 있는 분들은 아니지만, 인력파견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고 보전처분이 내려져 있는 상태이니 추후 법원에서 지침이 정해지면 최대한 신속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스킨푸드는 2013년 1천746억원 매출에 영업이익도 31억원 정도 되는 양호한 기업이었으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016년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발생하면서 매출 감소를 겪어 지난해는 매출액 1천269억원, 영업손실 98억원을 기록했다.
스킨푸드뿐만 아니라 2000년대 급성장한 미샤, 토니모리 등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성장세가 꺾인 후 전반적으로 부진하다.국내 화장품 로드샵의 시초격인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지속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연간 매출은 2012년 4천6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이며 작년 3천8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53억원으로 작년 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매출액은 906억원으로 9.96%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21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상반기 전체적으로도 1천684억원의 매출에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토니모리도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액이 89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으며 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2016년 적자 전환 후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작년 3분기부터 비용 감축과 비효율 매장 축소 등을 통해 손실 폭을 줄여 올해 상반기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다.

매장은 2015년 770개에서 상반기 680여개로 감소했다.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상반기 매출액 1천123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2%, 16.8% 줄어든 수치다.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도 사드 사태 등의 영향으로 주요 로드숍들이 부진해 지난해 실적 악화의 난관에 부딪혔다.

국내 1위 로드숍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이니스프리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천223억원, 598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8.4%, 12.8% 감소했다.

에뛰드하우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7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더페이스샵도 올해 상반기 매출이 2천527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하는 중에 내수 침체와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로드숍들의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부분 로드숍이 자사에서 나오는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원브랜드 스토어'인 만큼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헬스앤뷰티(H&B)스토어의 확대 속에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국내 1위 H&B스토어인 올리브영의 사업부문 매출은 2015년 7천603억원에서 지난해 1조 4천360억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

영업이익도 2015년 381억원에서 지난해 688억원으로 배가 됐다.

올리브영의 국내 매장은 상반기 기준 1천50개로, 전국 700개 수준인 미샤 매장의 1.5배 가까이 된다.

롯데 롭스, GS리테일 랄라블라 등 기존 H&B에 더해 신세계가 부츠와 시코르를 선보이는 등 H&B를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중소업체인 일반 로드숍 브랜드들이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중소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의 부진을 타개하고자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나 해외 시장을 무리하게 공략하다 위기를 맞은 스킨푸드의 사례를 되풀이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