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공동창업자 폴 앨런 별세…빌 게이츠와 '윈도 신화' 일궈내

대학 중퇴 후 PC산업 파고들어…1991년 윈도 PC시장 점유율 93% 기록
림프종 최근 재발해 투병… MS 떠난 뒤론 자선·스포츠사업 매진

1975년 어릴 적 친구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해 신화를 일궈낸 폴 앨런이 15일(현지시간) 숨졌다.향년 65세.
수줍음 많았던 앨런은 자신을 '아이디어 맨'으로 묘사했고, 게이츠는 그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환상의 파트너였다.

이들은 각각 22살, 19살이던 1975년에 훗날 전세계 IT 업계의 거두가 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탄생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8년 만에 떠났고, 게이츠와는 멀어졌지만 그는 여전히 투자자이자 자선가로서 IT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앨런의 회사인 벌컨은 이날 그가 시애틀에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65세.
앨런은 지난 2009년 치료를 받았던 비호지킨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이 최근 재발했다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앨런의 여동생인 조디 앨런은 "많은 사람이 그를 기술자이자 자선가로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더 없이 사랑받는 형제이자 특별한 친구였다"고 말했다.빌 게이츠는 성명을 내고 '가장 오랜 친구이자 소중한 친구'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게이츠는 "그가 없이 퍼스널 컴퓨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폴은 회사 한 곳을 창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시애틀과 전세계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인생 2막에 자신의 지적능력과 열정을 쏟았다"고 말했다.앨런과 게이츠는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80년 당시 세계 최대 컴퓨터 회사인 IBM이 퍼스널 컴퓨터의 운영체제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채택하면서 세계 최대 컴퓨터 운영체제 회사가 됐다.

시애틀 출신인 앨런과 게이츠는 대다수 컴퓨터 사용자들이 윈도를 운영체제로 선택하면서 일약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앨런과 게이츠는 시애틀 북부의 한 사립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됐다.

게이츠는 동부 하버드대학, 앨런은 서부 명문인 워싱턴주 워싱턴대학에 가면서 헤어졌지만 컴퓨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둘 다 대학을 중퇴했다.

둘은 처음에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회사를 세웠다.

첫 제품은 알테어 호비키트 퍼스널 컴퓨터를 위한 PC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프로그램 언어 사업으로 성공한 게이츠와 앨런은 자신들의 고향인 시애틀 인근 벨뷰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 사업을 꽃 피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싹이 움튼 것도 당시였다.
게이츠와 앨런은 IBM의 운영체제 주문을 받고 나서 Q도스를 또 다른 프로그래머인 팀 패터슨에게서 5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그리고는 도스(DOS)로 이름 붙여진, 유명한 초창기 컴퓨터 운영체제를 내놨다.

도스는 IBM PC의 핵심이 됐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세계 PC 산업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MS 워드는 1983년에 세상에 나왔고 1991년 MS 윈도의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93%가 됐다.

앨런은 1983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연구개발·신제품 책임자로 일했다.

하지만 그해 처음 암이 발견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이후 앨런은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그는 1986년 누이 조디와 함께 투자회사 벌컨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은 게이츠에게 완전히 맡긴 뒤 벌컨을 통해 기술, 미디어, 과학탐구,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벌였다.

앨런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축적한 엄청난 부를 이용해 자선사업과 연구개발, 스포츠 구단 운영 등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뇌과학 연구를 위한 앨런연구소를 만들었고 인공지능(AI)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평생 교육과 야생보호, 환경보존, 예술진흥을 위해 20억 달러 넘는 재원을 지원했다.

우주 산업에도 관심이 많아 우주선 엔지니어 버트 루턴과 손잡고 2004년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스페이스십1'을 쏘아 올렸다.

광적인 스포츠 팬인 그는 미국프로농구(NBA) 명문구단인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의 구단주로 팀을 운영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씨호크스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30대에 NBA 구단주가 된 뒤 "꿈이 실현됐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앨런은 올해 8월 기준으로도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포함해 202억 달러(약 22조8천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100위 이내 부호다.

2010년 그는 사후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큰 부를 일군 행운은 인류의 선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생전에 앨런은 결혼을 한 적 없고, 아이를 갖지도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2012년 미 비영리단체 '슈퍼스칼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지능지수(IQ)는 170이었다.
[로이터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