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빼는 임차인' 미리 대비하려면…강제집행 증서·화해 조서 작성해야 소송없이 해결

박현진의 재테크 법률
한경DB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에 통상 임대인은 ‘갑’, 임차인은 ‘을’로 표시된다. 임대인은 부동산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임차인에게 갱신요구권이 없는 한 영업이나 거주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한다. 이런 측면에서 임대차 관계에서 갑으로 불린다.

하지만 때로는 임대인이 자기 소유인 부동산을 돌려받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났음에도 임차인이 부동산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 점유하고 있는 경우다.
박현진 미래에셋대우 변호사
이때 임차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임대인에게 부동산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임대인이 임차인을 함부로 끌어내거나 건물에 남아 있는 집기들을 치우는 등의 행동을 하면 형사책임이 성립돼 임대인이 즉각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임차인에게 오랜 시간 연락이 닿지 않을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거나 부동산 내부에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만 남아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임대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는 없다.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집행관을 통해 강제집행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쳐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되찾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생각보다 긴 시간도 소요된다. 남아 있는 임대차보증금이 임차인을 명도하기까지 소송 비용 등을 공제할 만큼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다른 재산이 없다면 임대인은 시간이 갈수록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한 번이라도 임차인 명도와 관련, 골치 아픈 문제를 겪어 본 임대인이라면 임차인의 명도 불이행에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마련이다. 임대인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건물인도계약공정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 건물의 인도 또는 반환에 대해 임차인이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공정증서를 작성해 둔 임대인은 임차인이 명도를 이행하지 않으면 별도 소송 없이 관할 법원 판사 허가로 집행문을 부여받아 바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건물인도계약공정증서는 작성 수수료가 비싼 경우가 많고 임대차계약 종료 전 6개월 내에만 작성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계약 당시부터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는 ‘제소 전 화해’가 있다. 법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해 부동산의 명도 의무에 대해 미리 화해조서를 작성하는 방법이다.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추후 임차인이 명도에 불응할 경우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임차인의 명도 의무를 담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정판결을 받는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명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근본적인 예방책은 원만한 임대차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임차인의 명도 불이행에 대비해 월 차임을 낮추더라도 임대차보증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현진 <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변호사 hyunjin.park@miraeass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