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설설 기는데…'부동산 호황' 日 리츠펀드 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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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츠펀드올해 해외펀드들이 대부분 고전하는 가운데 일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 경기 회복으로 기업의 사무용 빌딩 수요가 증가한 데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호텔 수요도 늘어나 부동산 개발·임대업을 하는 리츠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일본 리츠 펀드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5개 펀드
올해 수익률 7~8% 달해
중국인 관광객 급증에
올림픽 개최 등 호재 많아
일본 경기 호황에 부동산 특수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일본 리츠펀드는 총 5개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8.17%(12일 기준)에 달한다. ‘한화재팬리츠’ 펀드는 올 들어 8.88%의 수익을 올렸다.
‘삼성재팬프로퍼티’(8.95%), ‘삼성제이리츠’(7.62%)도 안정적 성과를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15.84%, 해외 주식형 펀드가 -10.36%로 큰 손실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 또는 개발하고 임대·관리하며 수익을 배분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일본 리츠펀드는 도쿄증시에 상장된 리츠에 투자한다. 대도시 사무용 빌딩이나 유명 관광지 호텔 등에 투자하는 리츠를 주로 담는다.일본 리츠펀드의 강세는 일본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근본적 요인이다. 도쿄의 상업용 부동산 월 임대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3㎡당 2만엔을 넘어섰다. 상업용 부동산의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공실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도쿄 도심의 대형 오피스빌딩(연면적 3만㎡ 이상) 공실률은 2.5%대로 10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무실 확장·이전 수요가 왕성해서다. 미쓰이부동산이 개발해 올해 초 문을 연 도쿄미드타운 히비야, 신마루노우치 빌딩, 도라노몬힐스 등 대형 오피스빌딩은 모두 입주 초기부터 낮은 공실률을 유지했다.
일본의 저금리 정책도 리츠시장에 유리하다. 낮은 금리로 부동산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고 리츠 수익률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것도 일본 리츠펀드의 인기 요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3연임 결정 이후 줄어든 정치적 불확실성,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로 일본 경제 전망도 밝아졌다.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05만 명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217만 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도쿄의 상업 중심지 긴자는 과거 서울 명동처럼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박용식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국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2020년엔 하계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린다”며 “일본 주요 관광지의 호텔과 리조트도 호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 배당 매력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리츠 펀드의 개념이 익숙하지 않아 설정액 규모가 작은 편이다. 미국 시장에서 리츠 투자가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3%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2008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닥치면서 리츠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가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당시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도 남아 있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리츠 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한다. 유나무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리츠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아직 2010년 이후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어 투자할 만하다”며 “주식이나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리츠 펀드에 일정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츠의 또 다른 매력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이다. 임대료나 매각차익 등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상품으로 리츠 펀드가 활성화돼 있다. 일본 리츠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연 4%에 달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