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35) "엄마는 좋아하는 남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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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좋아하는 남자 있어?"
느닷없이 딸이 물었다. "응? 좋아하는 남자?"
갑자기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때는 바야흐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인기를 끌던 때였으며 아이는 아직 드라마의 세계를 잘 모르는 상태."그럼~ 있지. 너는? 너도 좋아하는 남자 있어?"갑자기 아이가 목소리를 죽이며 속삭인다.
"응. 엄마부터 말해 봐. 누군데?"
"이름은 박서준이라고 해. 완전 잘 생겼어.""헉 정말? 아빠보다 잘 생겼어?"
"(비교할 걸 해야지) 그럼 당연하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박서준이야"
"아...아빠는 어쩌지?""할 수 없지 뭐. 너 좋아하는 아이는 누군데?"
"내가 좋아하는 건 아니고 걔가 나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나도 걔가 싫지는 않고..." 어쩌고저쩌고 같은 태권도 학원 남자아이 얘기를 이어간다.
믿었던 엄마가 박서준이라고 좋아하는 남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은 마치 공범이라도 된 양 아빠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엄마, 엄마는 아빠도 있잖아. 응? 아빠도 잘 생기지 않았어? 엄마가 볼 땐 아빠가 못생겨서 그래? 그래도 되는 거야? 아빠는 어떡해~ 응?"
갑자기 아이가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빠도 뭐 못 생긴 건 아니지만 난 박서준이 잘 생겨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를 보는 게 세상 재미있었지만 이내 검색해서 얼굴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주인공이라고 말해 줬다.
"이 사람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 알아?"
"하하하. 당연히 모르지. 이 사람은 엄마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남자 측에서는 엄마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제서야 안도하는 아이. 잃었던 가정의 평화를 되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와 혼났다.
3년 전인가. 친척의 결혼식 참석차 남편과 정장 차려입고 딸 손잡고 웨딩홀에 갔는데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를 보고 감격하던 딸이 꽃처럼 예쁜 신부의 드레스와 신랑신부 행진을 보면서 "와 예쁘다. 저렇게 예쁜데 엄마 아빠는 왜 결혼식을 안 해?"라고 말했던 일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의 결혼을 종용하던 아이가 좀 컸다고 '좋아하는 남자' 운운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 안가 딸바보 아빠 속 뒤집어질 일이 생길 때도 멀지 않았구나 싶다.
조부모님이 추석에 용돈을 주시자 딸은 그 돈을 내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 돈 좀 잘 맡아줘. 나중에 데이트 할 때 써야 돼."유아인 영화 대사처럼 정말 어이가 없다. '이걸 그냥'.워킹맘의 좌충우돌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2주 마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딸이 물었다. "응? 좋아하는 남자?"
갑자기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때는 바야흐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인기를 끌던 때였으며 아이는 아직 드라마의 세계를 잘 모르는 상태."그럼~ 있지. 너는? 너도 좋아하는 남자 있어?"갑자기 아이가 목소리를 죽이며 속삭인다.
"응. 엄마부터 말해 봐. 누군데?"
"이름은 박서준이라고 해. 완전 잘 생겼어.""헉 정말? 아빠보다 잘 생겼어?"
"(비교할 걸 해야지) 그럼 당연하지.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박서준이야"
"아...아빠는 어쩌지?""할 수 없지 뭐. 너 좋아하는 아이는 누군데?"
"내가 좋아하는 건 아니고 걔가 나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나도 걔가 싫지는 않고..." 어쩌고저쩌고 같은 태권도 학원 남자아이 얘기를 이어간다.
믿었던 엄마가 박서준이라고 좋아하는 남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은 마치 공범이라도 된 양 아빠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엄마, 엄마는 아빠도 있잖아. 응? 아빠도 잘 생기지 않았어? 엄마가 볼 땐 아빠가 못생겨서 그래? 그래도 되는 거야? 아빠는 어떡해~ 응?"
갑자기 아이가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빠도 뭐 못 생긴 건 아니지만 난 박서준이 잘 생겨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를 보는 게 세상 재미있었지만 이내 검색해서 얼굴을 보여주면서 드라마 주인공이라고 말해 줬다.
"이 사람도 엄마가 좋아하는 거 알아?"
"하하하. 당연히 모르지. 이 사람은 엄마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남자 측에서는 엄마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제서야 안도하는 아이. 잃었던 가정의 평화를 되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터져 나와 혼났다.
3년 전인가. 친척의 결혼식 참석차 남편과 정장 차려입고 딸 손잡고 웨딩홀에 갔는데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를 보고 감격하던 딸이 꽃처럼 예쁜 신부의 드레스와 신랑신부 행진을 보면서 "와 예쁘다. 저렇게 예쁜데 엄마 아빠는 왜 결혼식을 안 해?"라고 말했던 일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의 결혼을 종용하던 아이가 좀 컸다고 '좋아하는 남자' 운운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 안가 딸바보 아빠 속 뒤집어질 일이 생길 때도 멀지 않았구나 싶다.
조부모님이 추석에 용돈을 주시자 딸은 그 돈을 내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 돈 좀 잘 맡아줘. 나중에 데이트 할 때 써야 돼."유아인 영화 대사처럼 정말 어이가 없다. '이걸 그냥'.워킹맘의 좌충우돌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2주 마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