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측 "무차별 사찰공작, 지시 안 했고 보고도 안 받아"

명진스님·문성근·권양숙 여사·박원순 시장 등 사찰 의혹 모두 부인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등을 무차별적으로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이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은 특정인을 사찰하거나 미행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2010∼2012년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과 야권통합 단체 '국민의 명령'을 주도하던 배우 문성근 씨 등 당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인사의 비위를 찾기 위해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권양숙 여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미행하도록 지시하고, 2012년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검찰은 이런 공작을 위해 간첩을 막는 활동에 주력해야 할 방첩국 산하 '특명팀'이 활용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풍문을 추적(일명 데이비드슨 사업)하는 사업에는 국정원 대북공작금 예산이 무단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개인적인 인연이 있어 국정원장 취임 전부터 왕래가 있던 명진 스님의 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문성근 씨의 경우 당시 활동 중에 사용한 '민란'이라는 용어에 문제가 있다는 언급을 했을 뿐, 사찰을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 여사의 중국 방문 일정은 보고를 받았으나 이는 전직 대통령 가족의 해외 방문에 대한 통상적 보고였을 뿐"이라며 "미행은 지시한 적이 없고, 그 결과도 보고받지 않았다"고 말했다.박 시장과 관련한 혐의는 원 전 원장이 기억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시 박 시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해 국가를 원고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던 시기라 그에 관련한 수준에서 언급했을 수는 있으나 사찰을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특명팀'이 구성됐다는 사실조차 원 전 원장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