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l '완벽한 타인' 40대의 TMI '진실의 끝에서 만나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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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Too Much Information).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해지는 쓸데없이 과하고 세밀한 정보를 뜻한다. '완벽한 타인'은 TMI에 관한 영화다. 은밀한 자신만의 공간이었던 휴대전화를 공개하게 되면서 쓸데없이 많은 정보들이 전달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담았다. TMI가 너무 적나라하다보니, 진실과 맞닿은 공포라 할만하다.
원작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다. 하지만 유럽의 느낌은 전혀 없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함께 물고기를 잡고, 월식을 보던 소꿉친구 5명이 40대가 됐음에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간다는 설정부터 각각의 인물이 겪는 갈등까지 현재의 40대가 직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했다. '완벽한 타인' 무대인 저녁 식사 자리에는 40년 지기 고향친구와 그들의 배우자가 더해져 총 7명의 인물들이 함께한다.
시작은 장난스러운 게임이었다. "우리끼린 서로 비밀이 없으니까, 밥 먹는 동안 오는 모든 문자, 전화, 알람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예진(김지수 분)의 제안에 나머지 6명이 동의하면서 위험한 식사가 시작된다.
당사자에겐 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뒷담화는 애교다. 평온했던 가정을 뒤흔드는 비밀은 물론 40년지기 친구들 사이까지 갈라놓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공개된다. 단지 저녁을 먹는 몇 시간 동안의 통화, 문자, 메신저 내용을 공유했을 뿐인데 진실과 오해가 뒤엉퀴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영화의 대부분은 석호(조진웅 분)와 예진(김지수 분)의 집에서 진행된다. 넓은 고급빌라라는 설정이지만 115분의 런닝타임을 이끌기엔 답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한 달 여의 촬영 기간 내내 배우들은 식탁 위에 올라오는 같은 음식을 먹어야 했을 정도로 배경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완벽한 타인'은 연극 무대를 보듯 잘 짜여진 구성으로 극을 자연스럽게 전환하면서 화면의 지루함을 덜었다. 여기에 구멍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쌓아갔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위기를 맞는 배우들의 표정만으로도 웃음과 울분, 분노와 긴장감을 고루 발생시켰다.기발한 아이디어, 치밀한 구성,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올해 개봉한 상업 영화 중 가성비로 따진다면 최고의 영화로 꼽을만 하다.하지만 겹겹이 쌓아오던 서사가 마지막 결론에 가서 무너져 내린다. 인간 관계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부부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부분까지 확장되면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요소를 남겼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원작은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다. 하지만 유럽의 느낌은 전혀 없다.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함께 물고기를 잡고, 월식을 보던 소꿉친구 5명이 40대가 됐음에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간다는 설정부터 각각의 인물이 겪는 갈등까지 현재의 40대가 직면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했다. '완벽한 타인' 무대인 저녁 식사 자리에는 40년 지기 고향친구와 그들의 배우자가 더해져 총 7명의 인물들이 함께한다.
시작은 장난스러운 게임이었다. "우리끼린 서로 비밀이 없으니까, 밥 먹는 동안 오는 모든 문자, 전화, 알람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예진(김지수 분)의 제안에 나머지 6명이 동의하면서 위험한 식사가 시작된다.
당사자에겐 하지 못했던 비밀스러운 뒷담화는 애교다. 평온했던 가정을 뒤흔드는 비밀은 물론 40년지기 친구들 사이까지 갈라놓는 충격적인 사실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공개된다. 단지 저녁을 먹는 몇 시간 동안의 통화, 문자, 메신저 내용을 공유했을 뿐인데 진실과 오해가 뒤엉퀴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영화의 대부분은 석호(조진웅 분)와 예진(김지수 분)의 집에서 진행된다. 넓은 고급빌라라는 설정이지만 115분의 런닝타임을 이끌기엔 답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한 달 여의 촬영 기간 내내 배우들은 식탁 위에 올라오는 같은 음식을 먹어야 했을 정도로 배경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완벽한 타인'은 연극 무대를 보듯 잘 짜여진 구성으로 극을 자연스럽게 전환하면서 화면의 지루함을 덜었다. 여기에 구멍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쌓아갔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위기를 맞는 배우들의 표정만으로도 웃음과 울분, 분노와 긴장감을 고루 발생시켰다.기발한 아이디어, 치밀한 구성,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올해 개봉한 상업 영화 중 가성비로 따진다면 최고의 영화로 꼽을만 하다.하지만 겹겹이 쌓아오던 서사가 마지막 결론에 가서 무너져 내린다. 인간 관계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부부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부분까지 확장되면서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요소를 남겼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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