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탐지·유해물질 잡아내는 휴대용 '바이오나노 전자코'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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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B5
바이오리포트
생명공학硏·서울대 공동 개발
휘어지는 기판에 그래핀 접목
거치하거나 부착 않고 휴대 가능
바나나·살구향 등 감지
산업분야 활용도 무궁무진
우주정거장 실내공기 관리
폐수시설의 유해가스 분석
앱 통해 음식 신선도 확인도
권오석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위해요소감지BNT 연구단 선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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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후각은 다른 동물에 비해 퇴화했지만 여전히 오감 중 가장 민감하다. 시각은 세 종류의 수용체로 색을 구분하지만 후각은 약 400종의 수용체로 1만 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 후각 수용체는 코가 빨아들이는 냄새 분자와 결합해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단백질이다. 후각이 발달한 사람은 0.01ppb(10억분의 1) 농도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공기 분자 100조 개 중 1개를 알아챌 수 있는 정도다. 인간은 지오스민(흙냄새를 내는 분자)에 민감해 0.005ppb의 농도를 감지하는데 이는 상어가 피 냄새에 민감한 정도보다 월등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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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처음으로 휘어지는 기판에 그래핀을 접목한 바이오나노 전자코는 거치하거나 부착하지 않고 착용 가능해 다양하게 휴대할 수 있다. 이 바이오나노 전자코는 구부러져도 손상이 없으며 원형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기존 전자코보다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 또 그래핀 표면을 특수 처리해 트랜지스터(일정 전압을 가하면 전원이 켜지는 부품)를 제작한 뒤 인체 후각 모사 수용체를 결합해 바나나와 살구 냄새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연구진은 단일 냄새 분자만 검출하는 시스템을 넘어 더 확장된 다중 검출을 위한 바이오나노 전자코를 개발했다. 이 바이오나노 전자코는 한 개의 센서에 미세 그래핀 채널을 다중으로 제작하고 개별 채널에 각각 다른 인간 후각 모사 수용체를 결합해 수용체마다 다른 냄새 분자를 검출했다. 검출 대상인 바나나 및 살구향을 내는 분자와 상쾌한 바다향을 내는 분자가 각기 다른 그래핀 채널에서 신호를 보였다. 또 각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냄새 분자 외에 반응하지 않는 바이오나노 전자코를 만들었다.◆전자코가 마약 탐지견 대체할 수 있어
바이오나노 전자코는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마약 탐지견을 대체하는 마약 탐지 센서다. 마약 탐지견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훈련 과정을 거쳐 약 30%만 선발되며 30분 동안 탐지한 뒤 1시간의 휴식이 필요하다. 마약 탐지용 전자코는 지속적인 탐지뿐 아니라 성능도 우수해 각국에서 대체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 기업 노마딕스는 지뢰 내의 화약물질 냄새를 파악해 탐지할 수 있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비행사의 건강 관리를 위해 우주정거장 실내 공기 중 인체 유해물질을 감지하는 데 전자코를 사용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는 쓰레기 매립장과 폐수처리시설에서 원격 전자코를 사용해 공기 중 배출되는 가스를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전송해 해당 지역 대기의 위험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국 기업 페레스는 사람의 후각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냄새는 물론 휘발성 유기화합물 외에 식품 주변 온도, 습도, 암모니아까지 측정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든 부패도와 신선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코 기반의 부패 감지 센서를 시판했다. 이처럼 전자코는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추후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