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업체 60% "무역전쟁 1년은 더 갈 것"

무역전쟁·국내 비용 상승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중국 수출업체들은 대체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견딜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 전체에 미칠 연쇄 효과를 걱정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로이터가 지난 15∼16일 광저우에서 열린 중국 수출입상품박람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업 91개 가운데 60% 이상의 업체들이 무역전쟁에 대해 우려한다고 답했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생산하는 모토마파워의 판매 담당 헤이디 탄은 "올해 시장을 미국까지 넓히려 했지만 무역전쟁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관세를 부과한 후 고객들이 이미 구매처를 다른 나라로 바꾸려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공장에서 똑같은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들은 여전히 해외 시장에 전반적으로 낙관적이었다.
올해 수출 주문이 감소할 것으로 본 기업은 28%에 그쳤고, 내년에 줄어들 것을 예상한 업체는 21%밖에 되지 않았다.
기업들의 60% 이상은 무역전쟁이 1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언제까지 있을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타이저우제바 클리닝프로덕트의 찰스 주는 "문제는 무역전쟁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가 아니라 트럼프가 얼마나 오래 권력을 유지할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55%는 정부가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일부 수출업체는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건축자재를 수출하는 업체의 부사장인 토드 차오는 "무역전쟁으로 우선 우리 고객이 있는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우리가 사업하는 다른 나라까지 영향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수출업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인건비 상승 등 중국 내에서 사업하는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설문 응답자들은 또 P2P(개인 간) 대출 단속이나 환경규제 강화 등의 문제를 거론했다.
일부 수출업체는 신흥시장의 고객들이 달러화 부족 때문에 제품 구매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광저우HD일렉트로닉스의 판매 담당인 토리 막은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이란, 시리아, 리비아의 주문이 모두 줄었다"면서 이들 나라의 경제 여건 악화와 무역전쟁 연쇄 효과를 이유로 들었다.
일부 업체는 미국의 관세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란 경제제재 같은 다른 정책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 섬유, 전자 부품, 태양광 부문 등의 기업들은 이란 수출이 막혔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앞서 로이터가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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