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위·법원의 기촉법 '밥그릇 싸움'

황정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jung@hankyung.com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가까스로 살아났다. 지난 6월 말 일몰됐던 이 법은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공표를 거쳐 내달 중 시행될 예정이다. 기촉법은 1997년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속절없이 쓰러지자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이후 일몰과 재입법을 반복하면서 이번에 다섯 번째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 6월 말 기촉법 일몰을 전후로 뒷얘기가 많았다. 2015년 말 일몰을 앞둔 기촉법을 두고 벌어진 여야 공방전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기촉법 폐지를 당론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 여당이 되자 기촉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기촉법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통합도산법(법정관리) 소관인 법원의 주도권 싸움도 볼 만했다. 금융위는 효율성은 높이되 기촉법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법원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혼합한 자율구조조정지원 제도를 내놓으며 법정관리 중심으로 제도를 통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기촉법 논쟁의 본질은 부처 간 권력 싸움”이라고 꼬집었다.

기촉법 부활로 승기는 금융위에 돌아간 듯하다. 하지만 법률안에는 의미 있는 ‘부대 의견’이 달렸다. 국회는 금융위에 ‘20대 국회 임기 내에 기촉법의 상시화 또는 통합도산법으로의 일원화 등 기업구조조정제도 운영 방향을 정해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기촉법의 일몰 기한은 5년이지만 20대 국회 임기는 1년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기촉법 관련 논쟁을 확실히 매듭짓자는 취지다.

우려되는 것은 또다시 논쟁만 거듭하다 얼렁뚱땅 차기 국회로 공을 넘기는 상황이다. 지난 17년간 생사를 오간 기촉법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우려가 무리도 아니다. 한 법학과 교수는 “안정성이 중요한 기촉법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것은 중환자의 산소호흡기를 갖고 장난치는 것과 같다”며 “이번에는 정치권이나 부처나 자기 밥그릇을 내려놓고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