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대사 "남북관계 비핵화와 연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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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한·미 최상의 협조 유지…걱정 내려놓으라"는데한국과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싸고 의견 차가 커지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계돼야 하며, 한·미의 목소리가 일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둔 우리 정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韓美 공조 균열' 우려 고조
美, 남북관계 과속에 불만?
해리스 "한·미 목소리 일치해야 비핵화 약속 등 실현 가능"
조태열 유엔주재대사
"철도연결사업, 제재 위반 소지"
"美와 긴밀 소통" 진화 나선 靑
"부부도 생각 다를 수 있지만 이혼하지는 않는다"
◆한·미, 남북대화·비핵화 놓고 엇박자해리스 대사는 17일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공동 주최로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한국과 미국이 계속해서 북한 문제에 공동의 목소리로 접근하면 평양과 판문점,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했던 약속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최근 “북한 비핵화 조치에 비해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너무 앞서나간다”는 지적이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나오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대사는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협상과 관련해 “협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며, 철통 같은 동맹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향해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서울에서 제8차 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반면 조윤제 주미대사는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세종연구소와 미국외교협회(CFR)가 공동 주관한 ‘서울·워싱턴 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항상 기계적으로 같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남북관계가 북·미 협상보다 조금 앞서나갈 경우 한국이 레버리지를 갖고 촉진자 역할을 해 북·미 협상 정체를 풀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에는 “지금의 상황은 외교적 접근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며 “남북한과 미국 등 관련국이 인내심을 갖고 작은 성취를 꾸준히 축적해 나가자”고 말했다.
◆靑 “걱정 그만 내려놔 달라”
청와대는 이날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합의에 대해 “철도·도로 관련 사항은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 국무부 논평 원문을 확인해 보니, 이 문장(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한다)은 논평 요구가 있을 때마다 자동판매기처럼 수십 번도 더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합의가 한·미 간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한·미 공조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알겠으나, 이제 그만 걱정은 내려놓으라”고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부부 사이에도 아이들 진학 문제는 집 문제 등으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이혼하진 않는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또 “오늘 발언에 문 대통령의 의중이 포함됐나”란 질문에 “전적으로 대변인으로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조태열 주유엔 대사는 16일(현지시간) 뉴욕 주유엔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다.조 대사는 “남북이 11월 말~12월 초 착공식을 하기로 한 철도·도로 연결 사업이 안보리 대북제재에 위반되느냐”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일단 “판단의 주체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위반 소지가 있는 요소가 있을 것이고 지금은 착공하겠다는 것”이라며 “물자가 이동하고 현금이 가고 하면 그것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엔 안보리나 미국의 대북제재를 어기지 않고, 예컨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할 수 있느냐”는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물음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없음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