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입력
수정
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눈 내린 바닷가에 책장 하나가 서 있고 그 뒤로는 거친 파도가 치고 있다. ‘책 사진가’로 알려진 임수식 씨가 희게 꾸민 책장을 숲, 바닷가 등 자연 속이나 공사현장 등 삶의 현장으로 옮겨 놓고 사진으로 담은 ‘바벨’ 연작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력은 물론,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어왔다. 실제로 인류는 책으로 지식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엄청난 물질적 발전을 이뤄왔다. 그래서 책은 인간이 키워온 온갖 지식과 기술을 상징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책을 담은 책장을 눈 쌓이고 파도치는 바닷가에 내놓았다. 임씨는 ‘인간의 지식이 과연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준 것일까? 오히려 더 차갑고 외로워진 것은 아닐까?’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를 든든하게 지탱해온 저 지식의 탑이 바벨탑처럼 허약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서학동사진관 28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