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가격·운임 오르고 발주도 늘어…조선업, 해빙기 들어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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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볕드는 조선조선업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3대 지표로 꼽히는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배 가격)와 해운회사 운임, 선박 발주량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조선회사 수익성을 좌우하는 신조선가가 3년 만에 최고점을 찍은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수주실적에서도 7년 만에 중국을 누르고 세계 1위를 되찾을 전망이다.
3대 지표 동반 상승에 '업황 본격 회복' 기대
오름세 탄 배값
컨테이너선 올들어 6% 상승
LNG선도 7~8% 오를 전망
치솟는 해운사 운임
LNG 운반선 운임 올들어 급등
작년 3만~4만弗→8만2000弗
수주가뭄 탈출 조짐
韓, 글로벌 발주선박 45% 수주
中 제치고 7년 만에 1위 확실시
아직 '찬바람' 여전
"발주량 2013년의 절반 수준"
부품·기자재 업체 도산 잇따라
‘해운사 운임 상승→선박 발주량 증가→신조선가 상승’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조선업황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량 감소 우려와 후판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불안정한 노사 관계 등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컨테이너선·LNG선 가격 뛰어
18일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7월 128, 8월 129, 9월 130으로 3개월간 매달 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월(125)과 비교하면 8개월 만에 5포인트 올랐다. 신조선가 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놓고 가격을 비교해 매긴다.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선가가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신조선가 지수는 이달 들어 130에 머물러 있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우선 수출입 화물을 나르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컨테이너선 발주는 493만7708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수)로 지난해 발주량(360만8164CGT)을 넘어섰다. 머스크(덴마크)와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 등 글로벌 해운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며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선 결과다. 1만3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1억1400만달러로, 작년(1억700만달러)보다 6%(700만달러) 인상됐다. 2015년(1억1600만달러) 이후 최고치다.환경 규제 여파로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도 조선업 경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클락슨은 3월 올해와 내년 LNG 운반선 발주 예상 척수를 각각 37척, 39척으로 제시했으나 지난달 각각 55척, 61척으로 상향 조정했다. 2020~2023년에만 매년 평균 46척, 2024~2027년에는 매년 평균 56척의 LNG 운반선이 발주될 전망이다.
황경재 CIMB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까지 한국 조선소에 남은 15척의 LNG선 옵션 계약(선주사가 같은 선박을 추가 발주하는 것) 행사가 끝나면 지금보다 신조선가가 7~8%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요 증가로 LNG 운반선 운임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만~4만달러대에 머물던 LNG 운반선의 평균 운임은 작년 4분기부터 상승해 올해 3분기 8만2000달러까지 치솟았다. 클락슨은 지난해 2억9200만t이었던 세계 LNG 물동량이 올해는 11% 늘어난 3억2400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낙관론 경계 지적도
3대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업황 회복을 단정짓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9월까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2114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1873만CGT)보다 10% 이상 증가했지만 2013년(4100만CGT)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6~2017년 ‘수주절벽’ 여파로 올해 조선사의 일감이 줄면서 중소 부품·기자재업체 도산과 폐업 등도 잇따르고 있다. 선박 대형화 추세에 밀린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중소형 조선사는 여전히 수주난에 시달리고 있다.
선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2000년대 중반과 같은 호황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조선업 업황 점검회의에서 “2016년 수주절벽에 따른 건조량 부족 영향으로 부품·기자재 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 감소, 강재가 인상 등의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