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경제' 구호 줄고 '남북·평화' 목소리 커졌다
입력
수정
지면A6
민주당 이해찬號 출범 55일…발언 분석해보니“남북(한반도), 평화, 비핵화, 민생경제….”
남북 58회·평화 26회·비핵화 17회
외교안보·한반도 이슈 집중 제기
경제 28회·민생 22회·일자리 18회
혁신성장 13회·성장 6회 그쳐
교황 방북 시점 등 미리 언급
"앞서가는 이슈 제기로 정국 주도권 잡기 골몰" 비판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25일 취임 이후 공개 석상에서 가장 많이 한 발언들이다. 18일로 취임 55일째인 이 대표는 논란도 마다하지 않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강한 여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는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혁신성장’ ‘규제 혁파’ 등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 대표의 발언은 남북문제, 공정 경쟁(적폐 청산) 등 여전히 비경제 이슈에 집중돼 있다. 집권 2년차 혁신성장 정책의 고삐를 죄고 있는 정부와 여당 간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지적이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남북문제·외교 이슈 적극 발언”
한국경제신문이 이 대표 취임 일인 지난 8월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당 최고위원회 회의와 기자간담회, 예산정책협의회 회의 등 각종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남북’(58회)과 ‘경제’(40회), ‘민생’(22회) 등의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남북 관계 해빙 무드 속에 ‘평화’(26회) ‘비핵화’(17회) 등의 단어도 자주 사용했다. 이 대표가 회의 석상에서 2회 이상 언급한 단어는 남북 경제 평화 민생 일자리 비핵화 혁신 성장 집권 협치 적폐 등이었다. 11개 단어를 총 231회 발언했다.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남북 문제나 외교 이슈를 한발 앞서 언급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5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가 있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인데도 불구, 구체적인 방문 시기까지 공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이 대표와의 문답 중에 불쑥 나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 제재 해제 논의’ 발언 등 여당 대표가 외교·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전 당 대표들과 크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민생 경제 이슈 관련 언급도 많았다. 이 대표는 ‘민생’과 ‘일자리’를 각각 22회와 18회 언급했다. 이 대표는 공약이었던 민생경제연석회의를 지난 17일 출범시키고 카드 수수료 인하, 편의점주 최저수익 보장, 주거세입자 보호 등의 생활 적폐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靑은 ‘경제·성장’ 이슈 외치는데…반면 경제 관련 현안에는 상대적으로 발언 횟수가 적었다. 이 대표는 ‘경제’를 40회 언급했다. ‘남북 경제협력’이란 키워드를 제외하면 28회에 그쳤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혁신성장’에 대해선 각각 13회(혁신)와 6회(성장) 언급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열린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등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혁신성장에 대한 여당 지도부의 관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원격의료 등 각종 규제 완화와 관련된 경제 이슈를 던지고 있지만 집권당 대표가 비경제 이슈로 주목을 끄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대표가 관심을 갖고 돌파해 나간 혁신성장 이슈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당·정의 관심사가 서로 다른 모습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