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경찰은 왜 피의자 동생 변호에 열중할까

강서구 PC방에서 벌어진 무자비한 살인사건 이후 수사 과정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자 경찰이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18일 오후 1시 강서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동생은 살인 공범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경찰은 “CCTV 분석, 목격자 진술 등을 고려했을 때 피의자와 동생이 살인을 공모·방조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경찰은 살인 혐의로 30살 김모 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강서구에 있는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1살 신모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김씨와 신씨는 다른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를 하다 말다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씨는 흉기를 들고 다시 PC방을 찾아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오는 신 씨를 덮쳤다.

신씨는 위협하는 김씨에 공포감을 느꼈고 매니저의 지시에 따라 112까지 불렀지만 경찰이 돌아간 후 15분 후 김씨가 휘두른 칼에 목숨을 잃었다.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의 친구가 "함께 범행에 가담한 동생을 경찰이 입건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한 방송은 CCTV를 공개하고 동생이 참고인으로만 조사를 받았는데 범행에 가담했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현장 CCTV 영상을 출입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김씨 동생은 살인을 돕지 않았다는 것.

그동안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김씨가 아르바이트생 신모씨(21)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동생이 신씨의 팔을 잡는 등 범행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처음 김씨가 신씨를 폭행할 때는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동생은 두 사람을 떼어놓기 위해 가까이 있던 신씨를 잡았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어 “신씨가 넘어진 뒤 김씨가 주머니에 있던 칼을 꺼내자 동생은 칼을 든 김씨의 팔을 잡으며 흉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말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생이 칼을 든 김씨의 팔을 잡아끄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이는 목격자들의 진술과도 일치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목격자들은 ‘동생은 칼을 든 김씨를 제지하려는 것으로 보였으며 경찰에 신고를 부탁하기도 했다’는 내용의 자필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생이 김씨에게 피해자 위치를 알려주는 등 범행을 공모한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씨와 동생이 이동한 것은 3분 가량의 시차가 있어 이 같은 해석이 무리다"라고 했다.

CCTV가 동작을 감지해 촬영하기 때문에 화면상으로는 신씨와 김씨가 연달아 이동한 것처럼 보였다는 설명이다. CCTV 분석에 따르면 흉기를 가지고 돌아온 김씨가 피해자를 찾는 동안에도 동생은 김씨의 뒤를 따라갈 뿐 피해자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첫 신고 전화는 요금 및 불친절 관련 내용이고 폭행이나 흉기는 없었다”며 “출동한 경찰들은 점장에게 해결하는 쪽으로 얘기하고 김씨와 김씨 동생이 PC방을 나간 뒤 철수했다”고 했다.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들을 체포하거나 임의동행하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 상황에서 CCTV나 목격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김씨 동생이 살인을 방조했거나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형이 칼을 들고 오는지 몰랐다’, ‘형이 살해의도를 갖고 있는지 몰랐다’는 동생 진술의 진실성 여부에 대해 향후 거짓말탐지기를 활용한 수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동생의 살인 공범 여부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전일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된 CCTV로 촉발됐다.

공격하는 형을 "말렸다"는 당초 동생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신씨 팔을 붙잡고 방어를 막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

칼로 신씨를 찌르는 형을 막으려면 형의 팔을 붙잡았어야 하는데 신씨 양쪽 팔을 잡음으로써 더욱 방어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이 이날 CCTV 화면을 공개하며 경찰 과실을 축소하기 위해 형만 검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적극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아직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공범 아니다? 이제 위험 처하면 누굴 믿고 신고해야 되나 (fodu****)", "장난하나. 국민을 대놓고 우롱하네 (kjy9****)", "형이 알바생한테 죽일거라고 이야기했어. 형은 상해전과 2범이야. 근데 형이 해를 입힐거란 걸 몰랐다는게 말이 되나 (kjy9****)", "때리라고 팔잡고 있는 거지 이게 말리려 한거라고? 누가 말리면서 일방적으로 맞는 사람 팔을 뒤로 잡지? (clic****)", "우리는 눈이없냐? 경찰만 cctv 봤어? 누가 봐도 공범이야. 괜히 경찰 곤란해 질까봐 X소리하고 있네. 내가 그 pc방 주변에 사는데 이동네 주민 모두 동생 멀쩡히 돌아다니는 꼴을 보라고? (gkld****)", "정말 슬프지만 우리나라 경찰이 저렇게 판단하고 얘기한다는 건 앞으로 사회적 위험과 범죄로부터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몸 내가 챙겨야 한다. 어쩜 저렇게 하나같이 피의자 입장에서만 얘길하지? 누가 보면 동생 변호인인 줄 알겠다 (misa****)"와 같은 격앙된 반응이 현재 국민들의 눈높이를 말해주고 있다.의혹을 완전히 해소하려면 사건현장 풀 CCTV 영상을 공개하는 방법 외엔 없겠지만 피해자 유족은 JTBC 측에만 한정해 영상공개를 허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