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전환기간 연장' 수용용의 내비쳐…돌파구될까

양측 합의하면 최대쟁점 아일랜드 국경문제 해결할 시간 벌어
브렉시트 강경파 반발할듯…EU에선 '노딜 대비' 목소리 커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8일 교착상태에 빠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EU 측이 제안한 브렉시트 이행(전환) 기간 연장안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EU를 대표해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수석 대표는 전날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영국 측에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메이 총리는 전날 EU 정상회의 석상에서 이에 대해 "평가해볼 것"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수용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이날 이틀째 EU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사람과 상품의 흐름을 원활히 하도록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몇 개월 연장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그러면서도 메이 총리는 오는 2020년 말 이전에 양측이 미래관계에 대해 합의할 것이기 때문에 전환기간 연장에 합의하더라도 실제로는 전환기간 연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는 수 개월간 이행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현재로서는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요점은 우리가 2020년 12월까지 미래관계 협상을 마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므로 이것(전환기간 연장)이 실제 사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환 기간이 2020년 12월에 끝날 것"이라고 역설했다.앞서 EU와 영국은 내년 3월 영국이 EU를 공식 탈퇴한 뒤 브렉시트를 전면적으로 적용하기 전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2020년 12월까지를 이행(전환) 기간으로 두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브렉시트 전환기간에 합의하면서 내년 3월 영국의 EU 탈퇴 전에 영국의 EU 탈퇴 조건에 대한 협상을 끝내고 미래관계에 대해선 정치적 선언으로 개략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본격적으로 협상을 진행해 새로운 경제 및 무역, 안보관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메이 총리가 EU 측의 전환기간 연장 제안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지난 14일 양측간 조율 실패로 추동력을 잃은 브렉시트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올라 막바지 협상을 마무리 짓는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양측이 브렉시트 전환 기간 연장에 합의하면 최대 걸림돌인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문제는 향후 과제로 넘기고 양측은 당장 타결지어야 하는 영국의 EU 탈퇴 조건과 관련해 남은 쟁점 해법찾기에 협상 역량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전날 회의에서 지금까지 집중적인 협상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조약 합의문 초안을 놓고 논의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없다며 당초 내달 개최할 것으로 전망됐던 임시 EU 정상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브렉시트 협상에서 결정적인 진전이 이뤄지면 그때 정상회의를 다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브렉시트 전환 기간 연장안이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은 브렉시트 전환 기간에 회원국 시절과 마찬가지로 모든 제도와 규정이 그대로 적용돼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갖게 되는 대신 재정분담 등 의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EU의 의사결정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영국 보수당 내의 브렉시트 강경파들이 전환기간 연장에 반발하며 메이 총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영국 쪽에선 벌써 전환기간 연장안은 영국을 'EU의 속국'으로 계속 남겨두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메이 총리가 국내에서 계속 논란에 휘말리면 EU와의 협상은 더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EU 내부에서 영국이 내년 3월 EU와 아무런 합의없이 EU를 탈퇴하는 최악의 상황인 '노딜(No Deal) 브렉시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