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공연' 카라다글리치 "아리랑의 감동, 클래식 기타로 들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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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기타로 한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곡 ‘아리랑’을 연주한다는 건 매우 뜻깊습니다. 외국 음악가들이 몬테네그로에 와 우리 민속음악을 연주할때 제가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 전달해주고 싶어요”
몬테네그로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는 17일 첫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민요 ‘아리랑’을 편곡해 연주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로 29회를 맞은 ‘이건 음악회’의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돼 19일부터 28일까지 전국 6개 주요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그는 첫 내한 공연을 기념해 앵콜 곡을 아리랑으로 준비했다. 카라다글리치는 “유튜브를 통해 유명한 케이팝 가수가 부르는 아리랑을 여러번 들었다”며 “모든 한국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곡이라 꼭 연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의 주제는 ‘기타의 목소리’다. 바흐에서 비틀즈에 이르기까지 고전음악부터 팝까지 모든 장르를 기타로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먼저 정통 클래식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바흐의 ‘프렐류드’를 국내 현악 7중주단과 협연을 통해 선보인다. 이어 스페인 음악을 대표하는 호아킨 로드리고의 ‘어느신사를 위한 환상곡’, 탱고의 황제라 불리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비틀즈 맴버 존 레논의 명곡들이 카라다글리치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인구 60만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클래식 기타의 전설 ‘안드레스 세고비아’가 연주한 알베니즈의 ‘아스투리아스’를 듣고 기타에 빠져들었다. 카라다글리치는 “6개 줄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까 감탄했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이사람처럼 아름다운 연주를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기타를 시작해 11세에 몬테네그로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16세때에는 영국왕립음악원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기타의 거장 ‘마이클 르윈’을 사사했다. 2007년엔 찰스 영국 왕세자로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프린스 프라이즈 실버 메달을 기타리스트 최초로 받았다.
1983년생인 그가 나고 자란 발칸반도는 당시 내전과 테러등으로 몸살을 앓으며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지역이었다. 마치 60년 넘게 분단과 휴전이라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그는 “가족이나 국가적으로 불안할때 기타가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줬다”며 “음악의 힘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에 음악만이 가진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1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첫 엘범 ‘메디테라네오’를 내놓으며 데뷔한 그는 그 해 세계 클래식 앨범 차트를 석권하며 영국 그라모폰지로부터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잘생긴 외모에 출중한 연주실력과 높은 음악성, 색다른 감성을 담은 기타 선율로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젊은 기타리스트로 자리잡았다.그가 2016년 내놓은 네번째 앨범 ‘블랙버드’는 비틀즈의 명곡을 기타에 맞게 편곡해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비틀즈 맴버인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부른 ‘더 풀 온 더 힐(언덕 위의 그 바보)’와 ‘일리노어 릭비’, 조지 해리슨의 ‘태양이 떠오른다’를 연주한다. 여러 팝가수 곡들 가운데 비틀즈의 곡을 연주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그는 “비틀즈의 음악이 나온지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팝음악계의 클래식이자 단순한 팝 음악 이상”이라며 “150년 전엔 슈만이 대중들에게 유명했다면 지금은 비틀즈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한 모든 곡이 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가 유독 신경을 써 편곡한 곡으로 카를로 도메니코니의 ‘코윤바바’를 꼽았다. 그는 “지중해 작은 나라에서 자랐는데 이 곡은 지중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매우 아름다운 선율을 갖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애정을 많이 가지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2016년 예정됐던 첫 방한 공연은 그의 예기치 못한 팔 부상으로 취소됐었다. 이후 부상에서 복귀하기까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아티스트에게 부상은 힘든 경험이지만 한걸음 물러나 제 삶이나 제 음악을 어떻게 할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며 “내가 하는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상 이후 음악과 삶에 대한 이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며 “다른 마음가짐으로 더 많이 교류하고 교감하는 음악을 연주하다보니 이제 관객들도 제 음악의 깊어짐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몬테네그로 출신 클래식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는 17일 첫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민요 ‘아리랑’을 편곡해 연주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로 29회를 맞은 ‘이건 음악회’의 메인 아티스트로 초청돼 19일부터 28일까지 전국 6개 주요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그는 첫 내한 공연을 기념해 앵콜 곡을 아리랑으로 준비했다. 카라다글리치는 “유튜브를 통해 유명한 케이팝 가수가 부르는 아리랑을 여러번 들었다”며 “모든 한국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곡이라 꼭 연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의 주제는 ‘기타의 목소리’다. 바흐에서 비틀즈에 이르기까지 고전음악부터 팝까지 모든 장르를 기타로 전달하겠다는 각오다. 먼저 정통 클래식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는 바흐의 ‘프렐류드’를 국내 현악 7중주단과 협연을 통해 선보인다. 이어 스페인 음악을 대표하는 호아킨 로드리고의 ‘어느신사를 위한 환상곡’, 탱고의 황제라 불리는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비틀즈 맴버 존 레논의 명곡들이 카라다글리치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유럽 발칸반도에 있는 인구 60만의 작은 나라 몬테네그로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클래식 기타의 전설 ‘안드레스 세고비아’가 연주한 알베니즈의 ‘아스투리아스’를 듣고 기타에 빠져들었다. 카라다글리치는 “6개 줄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까 감탄했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이사람처럼 아름다운 연주를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기타를 시작해 11세에 몬테네그로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16세때에는 영국왕립음악원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기타의 거장 ‘마이클 르윈’을 사사했다. 2007년엔 찰스 영국 왕세자로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프린스 프라이즈 실버 메달을 기타리스트 최초로 받았다.
1983년생인 그가 나고 자란 발칸반도는 당시 내전과 테러등으로 몸살을 앓으며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지역이었다. 마치 60년 넘게 분단과 휴전이라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그는 “가족이나 국가적으로 불안할때 기타가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줬다”며 “음악의 힘을 일찍부터 깨달았기 때문에 음악만이 가진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1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첫 엘범 ‘메디테라네오’를 내놓으며 데뷔한 그는 그 해 세계 클래식 앨범 차트를 석권하며 영국 그라모폰지로부터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 상을 수상했다. 잘생긴 외모에 출중한 연주실력과 높은 음악성, 색다른 감성을 담은 기타 선율로 클래식계를 대표하는 젊은 기타리스트로 자리잡았다.그가 2016년 내놓은 네번째 앨범 ‘블랙버드’는 비틀즈의 명곡을 기타에 맞게 편곡해 만들었다. 이번 공연에서도 비틀즈 맴버인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부른 ‘더 풀 온 더 힐(언덕 위의 그 바보)’와 ‘일리노어 릭비’, 조지 해리슨의 ‘태양이 떠오른다’를 연주한다. 여러 팝가수 곡들 가운데 비틀즈의 곡을 연주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그는 “비틀즈의 음악이 나온지는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팝음악계의 클래식이자 단순한 팝 음악 이상”이라며 “150년 전엔 슈만이 대중들에게 유명했다면 지금은 비틀즈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한 모든 곡이 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그가 유독 신경을 써 편곡한 곡으로 카를로 도메니코니의 ‘코윤바바’를 꼽았다. 그는 “지중해 작은 나라에서 자랐는데 이 곡은 지중해 바다를 연상시키는 매우 아름다운 선율을 갖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애정을 많이 가지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2016년 예정됐던 첫 방한 공연은 그의 예기치 못한 팔 부상으로 취소됐었다. 이후 부상에서 복귀하기까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아티스트에게 부상은 힘든 경험이지만 한걸음 물러나 제 삶이나 제 음악을 어떻게 할지 성찰하는 시간이었다”며 “내가 하는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상 이후 음악과 삶에 대한 이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며 “다른 마음가짐으로 더 많이 교류하고 교감하는 음악을 연주하다보니 이제 관객들도 제 음악의 깊어짐을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