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서울지식재산센터] #13 기술보호지원단의 지식재산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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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보호 대책, 인식 변화가 우선이다.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이번 정부 역시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기술 탈취 등에 대해 매우 엄정한 태도를 취하면서 서슬퍼런 칼날을 다시 세운 듯하다. 연장선상에서 정부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각 전문가 단체를 모아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한 법무지원단을 구성하였다. 그 내용은 기술력은 있으나 기술 보호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기업에 의한 기술 탈취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각 종 법률 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과 언론 등에서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대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한다며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정의 실현으로 이런 소식을 접하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이렇듯, 정부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보호에 대한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개념은 생각하는 것보다 추상적이다. 또한, 기술의 개념은 기술 보호를 위한 각 종 법령의 존재로 인해 상당히 혼란스럽다. 이는, 한편 기술 보호 대책을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정부 기관이 혹시 부재한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더욱이, 각 종 법령의 존재는 전문가 아닌 중소기업의 대표자, 담당자 입장에서 일종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기술 보호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불행인지 다행인지 삼성과 애플 사이에 발생한 천문학적인 특허 소송으로 특허라는 단어는 이제 대중에게 널리 인식되었다. 대중은 이제 기술과 특허 사이의 연관 관계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 말하는 기술은 그 개념이 포괄적이어서 전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영업비밀의 형태로 보호받을 수 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비공지성(비밀성), 경제적 유용성 및 합리적인 기술 보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기술 보호를 위한 노력은 상대적 개념으로 기업체의 규모, 자금력 등에 비추어 기업체가 기술보안 조치를 위해 얼마만큼 노력을 기울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1) 전 직원을 대상으로 비밀유지서약서에 대한 서명 또는 날인을 하도록 한다. 2) 핵심 인력이나 임원에 한해 전직/경업 금지 약정을 체결한다. 이는 재직 중 얻게 된 회사의 정보 예를 들어, 기술, 거래처 등을 이용하여 경쟁업체에 취업하거나 동종의 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3) 사원증을 발급하여 출입 통제를 관리하거나, 외부 방문객에 대한 철저한 출입 통제, 내부 직원의 경우에도 접근 권한을 달리하여 통제하는 등을 기술보호를 위한 각 종 의무를 실천한다. 다만, 최근 대법원 판례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이 있다면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보호를 해주겠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법적 보호 범위가 더 광범위해진 것으로 고무적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를 위해 펼치는 각 종 정책들을 살펴보면, 일응 선진국과 견줄 만한 수준이다. 그 동안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이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보호라는 주제는 단지 중소기업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기술 보호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기술 보호의 무력화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발생하지만 주로 조직의 내부 인력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금전적인 유혹, 처우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 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 어쩌면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었겠다. 이는, 비용을 투입하여 물리적 보안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었더라도 기술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이 절대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동고동락하는 내부의 임직원 단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부차적으로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은 무형의 재산에 속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중 극히 일부는 아직까지도 기술 유출이나 기술 탈취에 대해 범죄 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중소기업은 기술 유출 등의 피해를 당하면 금전적 피해, 장기간 이어지는 소송으로 인한 피로감 등으로 휘청거릴 만큼 큰 피해를 입는다. 동시에, 해당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과 그 가족들 역시 고통스런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는, 중대 범죄이다. 따라서, 무형 재산에 대한 가치 인정, 타인에게 절대 무임승차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언론을 통해 전파되는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이나 대기업의 기술 탈취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이슈화된다. 기업 규모별로 볼 때, 중소기업에서 발생되는 기술 유출 등의 사건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이 역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다만, 뼈아픈 경험을 한 중소기업은 그 대가로 과장하자면 기술 보호의 전문가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다.요즘 이웃나라 중국은 국내 주력 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인력을 고액 연봉을 미끼로 빼가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삼성과 엘지 출신 고급 인력 100여명 이상이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였다. 이들은 입사 당시 취업 제한(2년) 규정에 서명 날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퇴사 직후 중국 업체에 이직하여 핵심 기술을 넘겨준다. 그 결과, 한국과 중국 사이의 기술 격차는 해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는 지난 해 전 세계 LCD 시장에서 기존 1등 기업인 엘지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였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은 덤핑 등을 통해 한국의 선두 기업을 고사시키는 작전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엘지디스플레이는 최근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였고, 인원 감축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로 첨단 기술이 유출되면 이는 국민 경제 뿐만 아니라, 국부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국가적 차원에서 국가 핵심 인력의 탈취에 대해 적극 수사하고 있으나, 이를 피해가는 수법 역시 점점 더 고도화되어 가고 있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에 따라, 사전 대응은 고사하고 사후 인지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고소나 고발 조치가 있더라도 입증의 어려움에 따라 법적인 대응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럼, 기술 유출이나 기술 탈취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하여 보자. 1) 기술보호를 위한 관리 규정을 제정하여 영업비밀의 분류 및 이에 대한 취급을 명시하고, 출입자 통제 등을 정리하여 관리하도록 한다. 2)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반기별 또는 분기별로 정기적은 기술보호 교육을 실시한다. 3) 전 직원과 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하고, 특히 핵심 인력에 한해서는 전직금지서약서를 체결한다. 4) 핵심 기술 인력이 퇴직할 경우 서류/기술 정보의 반납 및 파일 삭제 등의 확인서를 받고 영업비밀 준수 의무 및 처벌 규정을 상기시킨다. 5) 회사 자산 중 특허 출원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는 등급을 부여하고 영업비밀로 관리한다. 이 때, 영업비밀은 기술임치제도를 이용하여 안전하게 보호한다. 6) 중요서류는 별도 잠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하고 임의로 복제하거나 반출할 수 없도록 관리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한다. 중소기업의 대표자나 보안 담당자는 이 정도 사항만 숙지하고 실천하면 어느 정도 기술 보호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또한 기술 유출이나 기술 탈취가 실제 발생한 경우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보자. 1)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기업 내부 보고 프로세스에 따라 신속하게 이를 알린다. 2) 내부 자체 조사를 실시하여 피해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한다. 3) 중요 자료 등을 회수하고, 네트워크의 접속을 차단하여 추가적인 후속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한다. 4) 피해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한다. 이 때, 증거로서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체, 일시 등을 명확히 한다. 5) 당사자 합의가 가능한지, 조정이나 중재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지 등을 다면적으로 검토한다.
대한민국의 기술 수준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그 동안 보여준 저력을 생각하면 향후에도 대한민국은 다방면의 각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다. 다만, 그 전제 조건은 타인의 기술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공정한 기술 거래가 이루어지는 풍토에 대한 조성이다. 이는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수많은 대책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본다. 또한, 전술한 기술 유출에 대한 방지 방안과 기술 유출시 대응 방안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관련 법규나 제도 등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특히 중요할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인력 양성을 통해 해당 분야의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였다. 또한, 타인의 기술을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유출, 탈취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강력한 형사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가해자 처벌 및 그 피해 구제를 위한 조치에 입증 등의 문제를 이유로 다소 미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각 종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각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에 대한 신뢰를 각 주체에게 제공하여, 결국 중소기업 스스로가 기술 보호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공정한 거래 환경의 정착과 더불어 국민 전체가 기술 보호에 대해 공감하는 무언의 합의 그리고, 인식 변화를 위한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글= 특허법인 서한 장광희 변리사
정리= 경규민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