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 '창궐' 현빈 "똑같은 연기는 제 살 깎아먹기, 늘 새롭고 싶다"
입력
수정
영화 '창궐' 이청 역할 배우 현빈딱 한 달 만이었다. 배우 현빈을 영화 '협상'에 이어 한 달 만에 '창궐'로 만났다.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주연 배우로서 부담을 느낄 법도 했지만 현빈은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두 작품 속 현빈의 모습이 전혀 다르기 때문.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현빈에게는 '협상' 속 테러범은 사라지고 야귀를 쫓는 왕자 이청만 엿볼 수 있었다. 현빈 역시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연기하는 게 제 일"이라면서 "똑같은 연기만 한다면 제 살 깎아먹기"라면서 앞으로 계속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창궐'은 조선판 좀비 액션 영화다. 조선에 창궐한 야귀를 소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빈이 연기하는 이청은 조선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어릴적 청나라로 건너갔다는 설정이다. 청나라에서 자라 청나라 장수가 됐고, 국가의 안위도, 군주로서의 애민 정신도 없던 이청이 야귀를 쫓는 민초들과 함께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 '창궐'의 주요 줄거리다.
현빈은 '창궐'의 주연 배우일 뿐 아니라 공동 투자자이기도 하다. 현빈이 운영하는 VAST엔터테인먼트가 '창궐'에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창궐'에 대한 현빈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현빈은 "시대적인 것과 야귀가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일지, 제가 보지 못한 부분이라 재밌을 것 같았다"며 "여기에 이청이란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고, 다른 액션을 보여준다는 점도 마음을 끌었다"고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현빈은 인터뷰 내내 '다른 연기', '다른 캐릭터', '다른 재미' 등 '다른'이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강조했다. '창궐'에서는 이전 사극과 다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검부터 바꿨고, 2개월 여 동안 액션스쿨을 다니면서 이청만의 액션을 준비했다. 이청이 쓰는 장검 역시 기존과 다른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소품이었다.
"원래는 다른 칼을 사용하는 설정이었어요. 청이란 캐릭터와 안맞는 것 같아서, 액션팀과 논의 끝에 칼의 형태를 바꾸게 됐죠. 손잡이도 길게 뽑고요. 그 칼로 여러가지 액션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군 전역후 선택한 영화 '역린'부터 '공조', '꾼', '협상', '창궐'까지 현빈은 매 작품마다 액션을 선보였다. "이쯤되면 무술인의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에 현빈은 "무술인까진 모르겠고, 액션 연기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찍을 땐 힘들지만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번에도 대역없이 검술을 비롯해 와이어, 기마 등 다양한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김성훈 감독님과는 '공조'에 이어 두번째인데, '너무 욕심내는 거 아니야?' 할 정도로 액션을 많이 시켰어요.(웃음) 배우가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면, 카메라를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잖아요. 화면안에 담을 수 있는 반경이 넓어지는 거죠. 그래서 감독님도 욕심을 내고, 촬영 감독님도 욕심을 내고, 저 역시 '이것까지 내가 해야 하나' 싶다가도 '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최소한의 대역, 최소한의 CG는 액션 뿐 아니라 '창궐'의 또 다른 주인공 야귀에게도 해당됐다. 야귀들의 움직임 뿐 아니라 분장까지 모두 직접 한 것. 이청과 야귀가 싸우는 장면도 모두 합을 맞춰서 촬영을 진행했다.
현빈은 "촬영장 자체가 으슥한 산 속에 있고, 세트를 정리하거나 할 땐 조명을 꺼 놓아서 더 어두워 진다"며 "화장실에 가려고 하다가 야귀 분장을 하고 쉬고 계신 분과 마주쳐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촬영장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야귀 뿐 아니라 '절친' 장동건과의 호흡도 현빈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전했다. 현빈과 장동건은 2005년 남자 배우 모임을 통해 처음 만나 10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장동건이 현빈에 대해 "작품 빼고 다 해봤는데, 이제 '창궐'로 작품까지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처음 감독님이 장동건 선배를 염두하고, 저에게 책을 전달해 달라고 하셨는데, 그때도 일부러 피했어요. 작품 자체가 아니라 지인의 부탁으로 출연을 하게 되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더 안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장동건 선배가 결정되고, 촬영장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더 편안했어요. 뭔가 믿고 더 할 수 있는 것도 있고요." '창궐' 촬영을 마친 후 현빈은 바로 tvN 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합류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연말 드라마가 방영되고, 촬영을 마치게 되면 드디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지난 두 달 이상을 하루도 쉬지 못하고 달려온 것 같아요. 드라마까지 마치고 나면 일단은 쉬고 싶어요. 몸도 회복하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요. 차기작도 정하지 않았어요. 체력적으로 소진이 돼 있어서, 회복을 하면서 차근차근 제안이 온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