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성공하려면 네트워크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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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4차산업혁명과 네트워크 효과1984년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를 출시했다. 경쟁사인 IBM이나 휴렛팩커드, 델에서 만든 PC보다 아름다웠고, 간편성과 안정성 면에서 이전의 어떤 제품보다 우월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플롯을 그대로 재연한 매킨토시 광고 ‘빅브러더’는 슈퍼볼 경기에서 공개되어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몰이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10년간 시장점유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20년 뒤인 2004년에는 시장점유율이 1.9%까지
규모의 경제는 갈수록 유효성 덜 해
기업들, 네트워크 효과로 수익 창출
지속적 경쟁우위엔 '연결 강화' 중요
떨어졌다. 나머지 98%의 소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경쟁우위사람들은 PC를 통해 친구나 가족 등과 손쉽게 의사소통을 하며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보다 많은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을 선점한 덕에 많은 사용자를 보유했고, 신규 사용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활용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었다. 이는 개발자들로 하여금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서 호환되는 응용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더 많은 사용자들이 모여들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치는 계속해서 높아졌다. 이러한 선순환의 피드백 고리를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네트워크 효과란 1974년 벨연구소 연구원인 제프리 롤프스가 그의 논문 <통신사업을 위한 상호 의존적 수요 이론>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이는 특정 상품에 대한 한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 효과를 의미한다. 네트워크 효과의 핵심은 사용자 연결이다.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이라도 혼자 사용하면 의미가 없다. 사용자들이 더 많을수록 다른 사용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네트워크 제품의 경우 일단 선두에 오르면 최종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기존 고객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는 영업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연결을 통한 디지털 경제 시대의 가치 창출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의 우월성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과거 비디오테이프의 레코딩 방식이었던 JVC사의 VHS가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에서 이겼던 것도 방식의 우수함이 아니라 네트워크 점유율 경쟁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픽셀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비디오게임인 마인크래프트의 성공 방식도 동일하다. 룰이나 명령어를 조작해 특별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높은 자율성 덕분에 많은 수요자와 콘텐츠 생산자의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었다.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를 중심으로 연결된 사용자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디지털 경제시대에 사용자 연결 관계는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아마존이 엄청난 시간을 들여 구축한 핵심자산인 창고와 유통 네트워크를 순순히 다른 기업에 나눠주는 이유도 연결성에서 찾을 수 있다. 원하는 기업 누구나 아마존의 소매업 플랫폼을 활용해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 플랫폼을 공유해 외부의 개발자가 페이스북의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동일한 전략이다. 아마존은 이전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고, 페이스북의 액티브 유저는 5000만 명에서 10억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규모의 수익과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한편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얻은 경쟁우위 역시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하다.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자 애플의 iO 혹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시장점유율은 2.7%(2015)에 불과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를 장악하던 이베이도 알리바바에 추월당한 이후 시장점유율 5% 이하로 하락해 중국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루폰은 네트워크 효과를 스스로 입증하며 초창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이후 엄청난 규모의 판매인력을 고용하고, 마케팅 투자를 강화해 확장을 꾀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비 투자는 승자독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규모의 수익과 네트워크 효과의 수익을 혼동한 탓이다. 규모의 수익은 고정비에서 나오지만 네트워크 수익은 의사소통에서 나온다. 규모에 의존한 경쟁은 고정비 지출이 감당 가능한 경쟁자가 등장할 경우 따라잡히기 마련이다.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 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쟁자보다 우수한 제품만으로, 경쟁자보다 저렴한 제품 자체가 경쟁우위를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수익은 승자독식의 결과 창출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경쟁에서 밀렸음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1990년대 구축한 PC 부문의 경쟁우위는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우리는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기회를 찾는다”는 1994년의 빌 게이츠의 전략이 다시금 떠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