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전태관과의 30년, 공연보다 먹은 것들 더 기억나"

30주년 기념 트리뷰트 앨범을 발매한 '봄여름가을겨울'(기타: 김종진, 드럼: 전태관)의 김종진이 투병중인 전태관과의 일화를 전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올댓재즈에서 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0주년 헌정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기자간담회가 열렸다.이 자리에서 김종진은 "저희는 대한민국 최초로 무언가를 이뤘다는 수식어를 많이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게 일한 기억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30주년을 돌아보니 전태관과 치열하게 일하고 다녔던 것들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고 같이 뭘 먹었는지만 기억나더라"라겨 추억을 전했다.

이어 "전태관씨가 맵고 단걸 엄청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매운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사다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떡볶이 사다줬더니 너무 매워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에 구토를 하고 삽관을 했다. 근데 정말 공연하면서 좋은 곳,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그런 건 기억이 잘 안난다. 정말 사소하게 먹었던 음식들만 그렇게 기억에 남는다. 결국 먹고 살려고 음악했구나 싶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에는 무대 위에만 올라가야만 음악이라고 생각했고 갖춰진 무대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발 딛는 모든 땅이 다 무대였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건 음악을 하다가 떠나면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봄여름가을겨울'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1986년 故 김현식이 결성한 밴드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두 사람이 1988년 봄여름가을겨울 정규 1집으로 정식 데뷔한지 올해로 딱 30년이 되는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그동안 총 8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퓨전재즈부터 블루스, 록, 펑크, 어덜트 컨템포러리 등 다양한 장르적 실험과 수준 높은 레코딩 사운드로 우리 음악인의 자존심을 지키며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음악팬들이 기억하는 히트곡도 많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내 품에 안기어', '10년 전 일기를 꺼내어', '아웃사이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의 명곡들은 여전히 뜨거운 생명력을 뿜어내며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무엇보다 김종진, 전태관 두 사람의 우정은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빛나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이들이 함께 해온 30년의 시간은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헌정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우리 대중음악계의 후배 뮤지션들이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에 보내는 최고의 찬사이자 두 사람의 우정에게 바치는 진심 가득한 헌사다.한편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 트리뷰트 앨범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은 19일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과 '땡큐송'을 시작으로 온라인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12월 중 피지컬 음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앨범의 수익은 투병 중인 전태관에게 전달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