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마켓+ㅣ 넷플릭스 한국 상륙 6개월, 성적표 어떨까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제작발표회/사진=한경DB
"지금 국내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 중 가장 똑똑하고 무서운 집단이야."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의 말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2년이 흘렀고, 한국 상주팀 운영한 지는 6개월이 됐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공격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며 한국 시장에 자리매김했다. CJ ENM, JTBC 등과 협력뿐 아니라 국내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사들였고,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선보였다. 유재석이 출연하는 '범인은 바로 너!'를 시작으로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 B의 농담', 'YG전자'을 제작했다.

여기에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 이미 촬영을 마치고 방영을 준비 중이고, 천계영 작가의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김소현이 주연의 '좋아하면 울리는'도 제작에 착수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방송사 중심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 선봉에 서있다는 평가다. 유명 연출가와 작가, 스타들까지 모두 흡수하고 있다는 넷플릭스는 기존의 미디어 최고 권력으로 군림했던 지상파마저 떨게 하고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아직 넷플릭스의 위력은 지상파, 종편, 케이블에 밀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시장이 케이블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성장한 것처럼 상황이 역전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올해 3분기 매축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한 40억 달러, 영업 이익은 130.4% 늘어난 4억8000만 달러였다. 3분기에만 696만 명의 신규 가입자수가 늘었다.

넷플릭스의 '미친' 성장에 전통 미디어 업체인 디즈니와 폭스도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디즈니 플레이어'를 내년에 출시하고, AT&T도 내년 말 '워너 무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 여기에 애플도 애플TV앱을 통해 자체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사진=넷플릭스
이런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중장기 성장 동력의 전략 기지다.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성장 마켓인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콘텐츠가 갖는 경쟁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

넷플릭스 측은 "넷플릭스는 한국의 콘텐츠의 힘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6년 국내 서비스 시작 시점부터 넷플릭스의 한국 전담 팀은 콘텐츠 제작 및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며 "한류를 전 세계로 전파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해 5월부터는 한국 상주 팀을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넷플릭스가 방영권을 확보한 한국 콘텐츠는 550여 개, 투입된 제작 비용만 1500억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작자는 "넷플릭스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라고 판단이 된다면 콘텐츠 완성본이든, IP든 적극적으로 접근해 행동한다"며 "어떤 곳보다 까다로운 딜러이지만 가장 합리적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가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아시아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tvN '비밀의 숲'이다. '비밀의 숲'이 넷플릭스에 소개된 후 2017년 뉴욕타임스의 국제 드라마 부문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이 커질수록 경계의 움직임도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항해 SK브로드밴드 옥수수를 비롯 카카오TV, 네이버TV 등에서 자체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투입되는 자본부터 제작 인력, 출연하는 스타까지 비교가 불가한 상황이다. "OTT시대 대응을 위한 담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우리까지 넷플릭스와 계약을 하게 되면, 미디어 산업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며 "한국의 방송사, 제작사가 넷플릭스의 하청업체가 되는 상황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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