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자 메다꽂은 하원의원 칭찬…"그는 내 남자"

사우디 언론인 잔혹살해 여파 속 '기자 공격' 조장 우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재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공화당 하원의원을 공개 칭찬해 논란이 일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몬태나 주 미줄라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 도중 이 지역 현역 하원의원인 그레그 지안포르테(공화)를 가리키면서 "그런데 절대로 그와 싸우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보디슬램(프로레슬링에서 상대를 들어 올려 매트에 내던지는 기술)을 할 수 있는 어떤 남자라도 그는 내 타입의…나의 남자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안포르테 의원이 지난해 5월 보궐선거 직전 공화당의 보건의료 정책에 관해 자신을 인터뷰하려던 영국 일간 가디언의 벤 제이컵스 기자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주먹으로 때린 사건을 가리킨 언급이다.지안포르테는 기자 폭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당선됐으나, 이후 유죄를 인정하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보궐선거 당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몬태나의 위대한 승리"라며 지안포르테의 당선을 축하한 바 있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기자를 보디슬램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이건 끔찍하다.그가 선거에서 지겠구나'라고 했다"면서 "그 직후에 난 다시 이렇게 말했다.

'가만 있어 보자. 내가 몬태나를 아주 잘 아는데 이건 그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세에 모인 공화당 지지자들을 향해 "그리고 그건 정말로 도움이 됐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끌어냈다.'가짜뉴스'(fake news)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향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프로레슬링 경기장 바깥에서 얼굴에 CNN 방송의 로고가 합성된 남성을 자신이 때려눕히는 패러디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날 '기자 폭행' 의원을 공개 두둔한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잔혹하게 토막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에 전 세계가 공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가디언 US의 존 멀홀랜드 편집장은 성명을 내 "수정헌법 1조(언론 등의 자유를 규정한 조항)를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사람이 바로 그 조항을 공격한 것"이라면서 "카슈끄지 사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곳은 물론 전 세계에서 언론인에 대한 추가 공격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