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자를 위한 신직업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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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에 산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생각을 검색하고, 그 생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우리의 도시 생활을 채운다. 콘텐츠에 의지해 생전 처음 가본 골목에 있는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낯선 여행지에서 모르는 사람의 집을 빌려 하룻밤을 지내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렇게 온라인 데이터에 의지해 오프라인에서 전지전능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초능력을 갖추는 사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진관, 세탁소, 방앗간 같은 공간들이 자취를 감췄다. 한편으로는 동네 서점, 동네 문화 공간, 편집 숍 같은 독특한 공간들이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는 어떤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콘텐츠 큐레이션 시대
웹 플랫폼 시대에 접어든 이후, 우리는 점점 자신의 뇌보다 가상의 뇌에 의지하게 됐다. 빅데이터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헤맨다. 그 결과, 신뢰할 만한 누군가가 필터링한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미디어의 존재가 다시금 중요해졌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등 대중매체의 힘이 약해진 듯 보인다. 결과적으로 대중매체의 힘이 파편화돼 여러 온오프라인 뉴미디어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SNS를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의 등장은 대중의 선호가 절대적 기준이 되는 콘텐츠 시장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창작 시대로의 변화를 유도했다.
데이터가 다양해지면서 나름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큐레이션 기획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수많은 미술관 소장품들 중에서 자신의 기획에 맞는 작품들을 큐레이션하는 것처럼, 콘텐츠 큐레이터는 색다른 기획으로 콘텐츠들을 선별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도시 생활자, 로컬 라이프로 돌아가다
큐레이션 시대, 우리 도시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글로벌 시대가 가져온 부정적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지역 문화 획일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다 보니 하드웨어 중심의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글로벌 브랜드들이 밀려들면서 지역만의 문화적 특성이 쉽게 지워지는 환경에 처하고 말았다.
갈수록 전 세계 도시가 획일화되는 경향이 짙어졌지만, 다행히 최근 들어 큐레이션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심심한 도시 속에서 역설적으로 더 빛을 발하는 차별화된 로컬 문화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동네 단위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브랜드 아파트에 살면서, 국내외 대기업들이 만든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대형 서점과 마트에서 물건을 사던 도시 생활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제 어느 한 동네에만 있는 작은 식당과 카페의 단골손님이 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동네 서점에 들러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나아가 셰어 하우스나 공유 오피스 같은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험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 삶에서 사람과 사람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로컬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을 재정의하다이렇게 도시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기고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조금만 걸으면 볼 수 있었던 슈퍼마켓, 사진관, 방앗간, 목욕탕은 사라지고, 독립 서점, 독립 문화 공간, 편집 숍, 독특한 카페는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그 답은 소상공인의 사회적 역할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대형 마트와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은 유통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만으로는 그 역할을 다할 수도 없고, 수익을 얻기도 매우 어렵다. 도시는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파는 소상공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상공인은 단순히 자영업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창작자 혹은 큐레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진 창작자, 자기만의 기획력을 가진 큐레이터가 돼야 한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들이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손이 닿은 도시 속 공간들이 단순히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사람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동네 서점이 늘어난 이유
몇 년 전부터 동네 서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동네 서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사람들이 할인 혜택과 이벤트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대신 동네 서점을 찾는 이유가 뭘까?
바로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책이 궁금하고, 그 책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나아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책을 팔기만 하던 대리점 성격의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동네 서점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점 주인이 있다. 서점 주인은 콘텐츠 호스트가 돼 독특한 안목으로 책을 큐레이션하고, 자신만의 네트워크로 공간을 채워나간다. 서점 주인의 전공이나 경험을 기반으로 차별화한 전문적인 서점이자 문화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실제로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폐업하는 서점들이 수두룩하고, 자본이 넉넉한 대형 서점들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일정 기간 이상 버티고 있는 동네 서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점 주인이 가진 네트워크의 힘과 기획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것이 서점 창업을 더 이상 서점 대리점처럼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일자리들
책에는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독특한 마력이 있다. 그 덕분에 동네 서점이 가장 먼저 새로운 소상공인 모델이 됐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격의 상점들,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가령 연남동에는 ‘흑심’이라는 편집 숍이 있다. 이름 그대로 연필 가게다. 이곳 운영자들은 미국, 불가리아, 체코 등을 다니며 오래된 연필을 사 모으다가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단순히 오래된 연필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연필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참기름을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식음료를 소개하는 식음료 편집 숍 ‘연남방앗간’, 다양한 쌀을 경험하고 사 갈 수 있는 ‘동네정미소 성산’ 등도 도시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새로운 상점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상점들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새로운 동네 명소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시 PD, 식음료 큐레이터, 참기름 소믈리에 등이 등장했다. 또 이런 공간 콘텐츠들을 찾고 소개하는 동네 큐레이터나 도슨트 같은,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살아왔던 주민이 동네를 소개하는 전문 도슨트가 돼 여행객을 맞이하기도 하고, 자신만이 아는 지역의 다양한 식음료들을 큐레이션해 콘텐츠로 전달함으로써 시장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으며, 지역만의 숨겨진 명소들을 발굴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문화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1인 미디어도 있다.
이들은 모두 지역의 잠재적 가치를 자신만의 접근 방식으로 풀어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고 있다. 나아가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2차 가공돼 출판, 온라인 미디어, 지역 축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가지며 도시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렇게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개개인의 콘텐츠가 미디어, 공간, 문화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성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프랜차이즈를 앞세운 대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도시의 다양성을 갖춰, 도시 개발 시대를 넘어 도시 재생 시대로 가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누구나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야의 직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에서,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잘 살릴 수만 있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시대이기도 하다.나아가 그 콘텐츠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 도시를 채운다면, 사람들이 굳이 주말에 차를 끌고 복합 쇼핑몰로 가지 않고 동네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소소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신직업의 탄생을 기다린다.
글=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정리= 경규민 기자 gyumin@hankyung.com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렇게 온라인 데이터에 의지해 오프라인에서 전지전능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초능력을 갖추는 사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진관, 세탁소, 방앗간 같은 공간들이 자취를 감췄다. 한편으로는 동네 서점, 동네 문화 공간, 편집 숍 같은 독특한 공간들이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앞으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는 어떤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을까?콘텐츠 큐레이션 시대
웹 플랫폼 시대에 접어든 이후, 우리는 점점 자신의 뇌보다 가상의 뇌에 의지하게 됐다. 빅데이터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헤맨다. 그 결과, 신뢰할 만한 누군가가 필터링한 콘텐츠를 전달해주는 미디어의 존재가 다시금 중요해졌다. 이와 더불어 기존의 신문,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등 대중매체의 힘이 약해진 듯 보인다. 결과적으로 대중매체의 힘이 파편화돼 여러 온오프라인 뉴미디어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SNS를 중심으로 한 1인 미디어의 등장은 대중의 선호가 절대적 기준이 되는 콘텐츠 시장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창작 시대로의 변화를 유도했다.
데이터가 다양해지면서 나름의 취향에 따른 다양한 큐레이션 기획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미술관 큐레이터가 수많은 미술관 소장품들 중에서 자신의 기획에 맞는 작품들을 큐레이션하는 것처럼, 콘텐츠 큐레이터는 색다른 기획으로 콘텐츠들을 선별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도시 생활자, 로컬 라이프로 돌아가다
큐레이션 시대, 우리 도시는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글로벌 시대가 가져온 부정적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지역 문화 획일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다 보니 하드웨어 중심의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글로벌 브랜드들이 밀려들면서 지역만의 문화적 특성이 쉽게 지워지는 환경에 처하고 말았다.
갈수록 전 세계 도시가 획일화되는 경향이 짙어졌지만, 다행히 최근 들어 큐레이션 시대가 열리면서 이런 심심한 도시 속에서 역설적으로 더 빛을 발하는 차별화된 로컬 문화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동네 단위의 문화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브랜드 아파트에 살면서, 국내외 대기업들이 만든 프랜차이즈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고, 대형 서점과 마트에서 물건을 사던 도시 생활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제 어느 한 동네에만 있는 작은 식당과 카페의 단골손님이 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동네 서점에 들러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나아가 셰어 하우스나 공유 오피스 같은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실험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 삶에서 사람과 사람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로컬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을 재정의하다이렇게 도시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기고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조금만 걸으면 볼 수 있었던 슈퍼마켓, 사진관, 방앗간, 목욕탕은 사라지고, 독립 서점, 독립 문화 공간, 편집 숍, 독특한 카페는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
그 답은 소상공인의 사회적 역할에 있다. 사람들은 이제 대형 마트와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은 유통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만으로는 그 역할을 다할 수도 없고, 수익을 얻기도 매우 어렵다. 도시는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품을 파는 소상공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소상공인은 단순히 자영업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창작자 혹은 큐레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진 창작자, 자기만의 기획력을 가진 큐레이터가 돼야 한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사람들이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손이 닿은 도시 속 공간들이 단순히 소비하는 공간을 넘어서서 사람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동네 서점이 늘어난 이유
몇 년 전부터 동네 서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동네 서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사람들이 할인 혜택과 이벤트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 대신 동네 서점을 찾는 이유가 뭘까?
바로 서점 주인이 추천하는 책이 궁금하고, 그 책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나아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책을 팔기만 하던 대리점 성격의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동네 서점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점 주인이 있다. 서점 주인은 콘텐츠 호스트가 돼 독특한 안목으로 책을 큐레이션하고, 자신만의 네트워크로 공간을 채워나간다. 서점 주인의 전공이나 경험을 기반으로 차별화한 전문적인 서점이자 문화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실제로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폐업하는 서점들이 수두룩하고, 자본이 넉넉한 대형 서점들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일정 기간 이상 버티고 있는 동네 서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점 주인이 가진 네트워크의 힘과 기획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이것이 서점 창업을 더 이상 서점 대리점처럼 접근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일자리들
책에는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독특한 마력이 있다. 그 덕분에 동네 서점이 가장 먼저 새로운 소상공인 모델이 됐지만,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격의 상점들,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가령 연남동에는 ‘흑심’이라는 편집 숍이 있다. 이름 그대로 연필 가게다. 이곳 운영자들은 미국, 불가리아, 체코 등을 다니며 오래된 연필을 사 모으다가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소개하고 싶어 가게를 열었다고 한다. 단순히 오래된 연필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연필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참기름을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식음료를 소개하는 식음료 편집 숍 ‘연남방앗간’, 다양한 쌀을 경험하고 사 갈 수 있는 ‘동네정미소 성산’ 등도 도시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새로운 상점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 상점들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낸다. 새로운 동네 명소들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도시 PD, 식음료 큐레이터, 참기름 소믈리에 등이 등장했다. 또 이런 공간 콘텐츠들을 찾고 소개하는 동네 큐레이터나 도슨트 같은, 몇 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살아왔던 주민이 동네를 소개하는 전문 도슨트가 돼 여행객을 맞이하기도 하고, 자신만이 아는 지역의 다양한 식음료들을 큐레이션해 콘텐츠로 전달함으로써 시장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으며, 지역만의 숨겨진 명소들을 발굴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문화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1인 미디어도 있다.
이들은 모두 지역의 잠재적 가치를 자신만의 접근 방식으로 풀어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고 있다. 나아가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2차 가공돼 출판, 온라인 미디어, 지역 축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가지며 도시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렇게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개개인의 콘텐츠가 미디어, 공간, 문화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성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프랜차이즈를 앞세운 대기업의 독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도시의 다양성을 갖춰, 도시 개발 시대를 넘어 도시 재생 시대로 가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누구나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야의 직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에서,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잘 살릴 수만 있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충분한 시대이기도 하다.나아가 그 콘텐츠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 도시를 채운다면, 사람들이 굳이 주말에 차를 끌고 복합 쇼핑몰로 가지 않고 동네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소소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신직업의 탄생을 기다린다.
글=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정리= 경규민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