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치매요양시설서 눈시울 붉힌 김정숙 여사…"우리 엄마도"

치매 환자 기억 잃는 과정 설명 듣다 "엄마 생각이 납니다"
"사회복지 잘돼 있는 나라에 배우러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벨기에를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가 현지에 있는 치매요양시설에 들렀다가 눈시울을 붉혔다.김 여사는 19일(현지시간) 브뤼셀 교외에 있는 치매요양시설 '드 윈거드'를 방문해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돌봄서비스 현장을 둘러봤다.

김 여사는 얀 반웨이저 시설장의 안내로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공간 등을 관심 있게 살펴봤다.

시설장은 김 여사에게 내부를 설명하면서 "치매 환자들은 환경을 다른 식으로 인식한다"고 말하고, 일반인이 인식하는 색상과 치매 환자들이 인식하는 색상의 차이를 나타내는 사진을 보여줬다.김 여사는 "치매 환자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과정에서 색감의 차이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니 갑자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그걸 잘 이해를 못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김 여사는 작은 정원으로 나가 "엄마 생각이 난다"면서 그곳에 모인 치매 어르신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인사하기도 했다.반웨이저 시설장은 "개인이 시설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춤형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여사는 "우리나라는 전쟁 후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힘겹게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많아 그분들에게 국가가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한다"며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에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치매 어르신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훈련 시설인 '노란 길'을 한 어르신과 걸은 데 이어 미용실에서 할머니들에게 머리와 손톱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들을 돕기도 했다.비영리 시설인 '드 윈거드'는 현대화한 각각의 소규모 공간에 치매 어르신 8명이 함께 머무르게 하면서 24시간 상주하는 간호 인력과 요리, 산책, 명상 등의 프로그램, 방문 의료 인력의 전문 의료서비스를 갖췄다고 한다.

치매 어르신이 가정환경과 유사한 곳에서 최대한 일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자 간호사도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3년 이상 장기 입소한 치매 어르신 150여 명이 직원 180여 명으로부터 돌봄서비스를 받는다.

김 여사는 시설을 둘러보면서 "전 세계에 늘어나는 노인 인구만큼 노인성 질환도 많아졌다"면서 노인성 질환 연구의 필요성과 함께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김 여사는 '드 윈거드'에 갖춰진 맞춤형 시설들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웨이저 시설장은 "미디어에서 치매가 너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의 치매 케어 지원 등으로 그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치매가 있어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미국 워싱턴DC 방문 당시 현지의 노인복지센터 치매 어르신 미술치료 과정을 참관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도 경기도 남양주 치매안심센터를 찾은 바 있다.청와대는 "김 여사의 이번 방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8%를 넘는 고령 사회인 벨기에의 앞선 경험을 공유하고 치매친화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벨기에의 정책현장을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