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횡령했는데…직무평가 받지 않았는데…정규직 전환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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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기관 정규직 채용 비리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에서 기계정비보조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3월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절차에서 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불성실한 근무 태도로 인한 낮은 직무평가 점수가 문제였다. A씨는 “정규직 전환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두 차례 회사에 민원을 냈지만, 회사 감사실은 A씨가 2016년 7월부터 근무하면서 무단 외출(66회), 무단 조퇴(84회), 현장 미출입(61일) 등을 한 점을 감안해 정규직 전환 제외가 적절한 조치였다고 결론 내렸다.
비리·생떼로 얼룩진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무단조퇴 84회 근무 불성실자
전환 실패하자 "불공정" 민원
국토정보公·인천공항公 협력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 불거져
DGIST, 자의적으로 전환 적발
국립생태원, 비리 직원도 '패스'
서울교통公 노조 게시판 '술렁'
"500명 공채에 3만명 몰리는데
정규직化 99% 합격, 공정한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이 비리와 생떼로 얼룩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 보듯 직원 친인척 채용 문제가 불거지는가 하면 공금 횡령 등 비리를 저지른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드러나고 있다. 근무 태도가 불량하거나 업무 실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직원들도 정부 정책에 편승해 정규직 전환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성토장 된 교통공사 노조 게시판
정규직 직원들의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연일 조합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 조합원은 “직원 대다수가 노동조합 때문에 (‘가족 재직 현황’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데 뭘 갖고 99.8%가 참여했다는 것이냐”며 “당장 자료를 공개하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7급보(비정규직)에서 7급 정규직으로 편입되는 시험 합격률이 99%(자유한국당 자료는 93.5%)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공채 500여 명 모집에 3만여 명이 응시한 것과 비교하면 이게 공정한 시험이냐”고 반문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2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원 친인척 108명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108명은 공사가 올해 3월 실시해 대상자의 99.8%에게 응답받았다는 설문조사 결과지만, 야당은 응답률이 실제로는 11.8%여서 친인척 채용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인사처장 김모씨는 본인의 배우자가 108명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감췄다가 적발돼 지난 17일 직위해제되기도 했다.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5월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한 뒤 협력업체 6곳에서 총 14건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나왔다. 한국국토정보공사도 5월 비정규직 22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그중 19명이 직원의 친인척인 것으로 조사됐다.◆공금 횡령 직원이 정규직으로…
비리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나왔다. 국립생태원은 7월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횡령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역회사 파견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매표 업무를 담당하던 한 직원은 관람객이 입장권을 현금으로 구매하면 이를 환급 처리하는 방식으로 28만여원을 횡령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인들을 무료로 입장시키고, 향초 등 기념품을 무단으로 지급한 혐의로 감사를 받던 와중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정규직 전환을 합당한 기준 없이 추진한 사례가 정부 감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 결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공정 혐의 등을 적발해 DGIST 이사회에 손상혁 총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정부 감사에서 정규직 전환 관련 비리가 드러난 첫 사례였다. DGIST는 대상자에 대한 직무 분석을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