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등에…불법체류 10만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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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근로자 '한국行 러시'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올해 들어서만 40% 가까이 급증했다. 태국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 주변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이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업 브로커를 중심으로 근로자들의 ‘한국행 러시’를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불법체류 외국인 37%↑
취업 브로커들 "큰돈 번다"
높은 최저임금 앞세워 유혹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9월 말 기준 국내 불법체류자는 34만4589명으로 지난해 말(25만1041명)에 비해 37.2% 증가했다. 1년 새 10만 명 가까운 불법체류자가 새로 생겨난 것이다. 지난해 17.2%(3만6873명) 증가한 불법체류자가 1년도 되지 않아 상승폭이 두 배 넘게 커졌다.
불법체류자가 증가하는 것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태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몰려들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6470원) 대비 약 16.4% 인상되자 동남아 저임금 근로자 사이에선 “불법이라도 한국으로 가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행을 앞둔 태국인에게 현지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는 말숙 캇사라 강사는 “많은 근로자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에 관심을 두고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 그래프를 광고 전면에 내세우며 한국행을 독려하는 취업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태국인 불법체류자는 5만4000여 명 증가해 전체 불법체류자 증가분의 약 58%를 차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합법적으로 국내에 취업한 이들과 관광을 목적으로 들어온 태국인들이 제때 귀국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불법체류자가 급증했다”며 “입국 심사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비자면제국에서 오는 취업 목적 입국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