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커피·오렌지 비앙코…아메리카노만 알았는데, 커피에 눈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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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커피 페스티벌단풍이 절정인 가을 주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광장과 석촌호수 주변에는 음악과 이야기가 흘러넘쳤다.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커피 속에서 하나가 됐다. 딸의 손을 잡고 나온 50대 아버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연인, 아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부부, 재잘거리며 가을을 만끽하는 중학생들까지….커피를 주제로 만난 남녀노소가 함께 축제를 완성했다. 옥상달빛의 노래를 들으며 옆에 있는 이들을 다독였고, 데이브레이크 공연 땐 후렴구를 함께 부르며 환호했다. 곽정은, 김신회, 박윤희 등 ‘청춘들의 멘토’가 강연할 때 사람들의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었다. ‘2018 청춘 커피페스티벌’은 진한 커피향을 남기고 20, 21일 이틀간의 일정을 마쳤다.
‘2018 청춘 커피페스티벌’은 방문객 수와 커피 시음량 등에서 기록을 남겼다. 이틀간 커피 페스티벌을 즐긴 사람은 40만 명에 달했다. 페스티벌 효과 등으로 롯데월드몰 전체 방문객은 10월 주말 평균보다 21.2% 증가했다. 총 6개 이벤트에 참여해 도장 6개를 받아오면 선물을 주는 스탬프 투어를 즐긴 관람객은 4000명에 달했다. 스타벅스와 엔제리너스, 폴바셋, 이디야 등 대형 커피 전문점 브랜드뿐 아니라 세루리안 김대기커피 그럼블커피 등 작은 업체까지 88곳의 기업이 참여했다. 이틀간 판매 물량을 제외하고 관람객이 시음한 커피만 5만 잔에 달했다. 이디야커피에선 매장당 하루 평균 판매량의 5배가 시음으로 나갔고, 스타벅스와 폴바셋 등에도 늦은 오후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1 커피, 함께 마시다
브랜드 부스마다 긴 줄…가을 도심 대표 축제로 자리잡아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이디야커피, 폴바셋, 카누, 빙그레, 한국야쿠르트의 콜드브루 부스는 이틀 동안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소에 즐겨 마시던 커피, 아직 맛보지 못한 커피를 시음하기 위해 시민들이 축제 기간 내내 각 브랜드 부스에 길게 줄지어 섰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20여 명의 직원이 이틀간 1만 잔이 넘는 커피를 제공했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평소 이디야를 찾아준 고객들을 맞이하며 행복한 이틀을 보냈다”고 말했다.소규모 커피 회사는 축제의 숨은 주인공이었다. ‘소금커피’로 유명한 소금다방은 커피플라스크와 공동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 두 종류의 고품질 원두를 판매하고 시음하는 행사를 연 세루리안 부스도 인기를 끌었다. 세루리안의 고상혁 씨는 “평소 매장에 20대 손님만 많았는데, 이번 축제에선 50~60대까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말했다.카페 창업 컨설팅과 바리스타 양성, 취미반 등을 운영하는 김대기커피 스쿨에는 창업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의 방문이 잇따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한 그럼블커피의 유영기 대표는 “지난해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후 구로구의 본 매장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며 “다른 곳과 차별화하기 위해 시그니처 메뉴인 오렌지 비앙코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원두를 가열하는 ‘브릭스 공법’으로 커피 앰풀을 만든 로그라운드, 신맛과 쓴맛의 커피 원두를 들고 나온 피어커피로스터스, 커피향의 다이어트 차를 가져온 라비다 등도 관심을 끌었다.시민들은 커피페스티벌을 가을철,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축제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온 박미영 씨(41)는 “날씨 좋은 가을에 도심에서 즐길 만한 축제가 별로 없었는데, 커피페스티벌이 매년 시민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연주 씨(50)는 “아메리카노 일색이던 커피 문화를 탈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2 축제, 신나게 즐기다
시음하고, 원두 만져보고, 공연 즐기고…"몽마르트르 온 줄"
커피페스티벌에는 수많은 만남이 있었다. 소상공인과 청년창업가, 외국인과 어린이, 60대 부부와 20대 연인 등이 함께했다. 옥상달빛의 ‘어른이 될 시간’, ‘수고했어 오늘도’ 등의 노래를 들을 때는 모두 차분하게 가사와 멜로디에 귀를 기울였다. 데이브레이크의 ‘좋다’ ‘들었다 놨다’ 등의 노래에는 다같이 목소리를 높여 따라부르기도 했다. 커피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순간에는 모두가 ‘청춘’이었다.
친구와 함께 온 헤일리 브룩샤이어는 “수준 높은 커피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커피를 좋아해 오래 기다리다 왔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친구 4명과 함께 온 마이클 베넷은 “서울에서 커피값이 비싸다고 느꼈는데 오늘처럼 마음놓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선물도 받아갈 수 있는 날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소희 씨(26)는 “20대 커플들은 데이트 비용이 부담스러운데 그런 걱정 없이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고 말했다.어린이들이 즐길거리도 많았다. 우드 코스터 만들기, 커피원두 염색 체험 등에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부들이 몰렸다. 세 아이와 함께 온 김대현 씨는 “SNS를 보고 찾아왔는데, 컬러링 코스터를 아이들이 직접 만들며 굉장히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대학입시를 치른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한태식 씨(51)는 “공부하느라 수고한 딸을 데리고 모처럼 부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기쁘고 고맙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도 탁 트인 야외에서 호흡하며 즐거워했다. 한준섭 한주요리제과커피 직업전문학교 바리스타 팀장은 “현장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한 청년창업가는 “주말에는 푸드트럭을, 평소에는 디자인 일과 경비용역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희망을 갖고 더 열심히 뛸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친구들과 소풍을 나온 60대도 눈에 띄었다. 강동구에서 온 권남숙 씨(63)는 “친구 3명과 함께 왔는데, 커피와 가을날 잔디의 조화가 아름다워 마치 프랑스 몽마르트르에 여행을 온 것 같다”고 말했다.#3 청춘, 위로하다
"불안도 삶의 에너지가 된다"…고민 상담자로 나선 멘토 3人
커피페스티벌은 10~20대 학생과 새내기 직장인들의 ‘고민 상담소’가 됐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작가 김신회, 곽정은 칼럼니스트, 박윤희 디자이너 등이 이틀간 멘토로 나섰다.
김 작가는 ‘사소한 것에도 고민이 많고, 걱정거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고민을 접수했다. 김 작가는 “불안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못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불안이 삶을 지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되는 것”이라며 “돈을 쓰고 여행가는 것만이 ‘욜로 라이프’가 아니라 나를 다독이는 것,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도 욜로”라고 말했다.
곽 칼럼니스트는 21일 오후 청춘스테이지 무대에 섰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돼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고민에 그는 “반복되는 일상은 집의 철골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하고 싶은 게 있어도 골조가 튼튼하지 않으면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반복되는 일상도 미래의 도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골조’를 완성해 가는 것이라고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떨까”라고 대답했다. 또 “불안이 찾아올 때 그 불안을 나라는 역을 잠시 통과하는 기차라고 생각하라”며 “그 역에 기차를 붙잡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비욘세 등 스타가 즐겨 입는 옷으로 유명해진 박 디자이너는 “꿈을 바라보고 조금씩 목표를 이루다 보면 그게 켜켜이 나 자신을 만들어 쓰러지지 않는 꿈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해주신 분들<참여업체>엔제리너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SPC그룹, 동서식품, 폴바셋,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오리온, 한국맥도날드, 켈로그, 제스파, 남양유업, 푸카, 아프리카쇼나갤러리, 코리아나, 5-STAR커피, 세루리안커피, 커피플라스크×소금다방, 그럼블커피, 피어커피 로스터스, 쥬니쿠키, 블랑슈, 브니제과, Loground, 커피스쿨, 하파, 카페이노스, 브로비스타, 대교통상, 하리오 <대사관>에티오피아대사관, 멕시코대사관, 에콰도르대사관, 콜롬비아대사관, 르완다대사관, 페루대사관 <플리마켓·공방>나래공방협동조합, 한주요리제과커피직업전문학교, 블루엠갤러리, 대한스포츠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휴, 자연미약선연구원, 송파지역자활센터, 나무를심는사람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OK공방, 티나보임, 리본쟁이, 야무진공작소, 테노식스, 러브앤문, 라운지오브크래프트, 혜민공방, 효재그륵, 목부에뜰, 갤러리억새플, 아라리오, re+브랜드, 꾸미네, 알락, 수미, 쥬얼리유, 나무동물원, 문밀크, 수공예 라우, Hey Lee, 달랑, 니무, 데이나누보, 소소공방, 고마테이블웨어, 물빛인청담, 알린비누, 라비, 씨엘공방, m2c디자인바운스 <후원>롯데물산, 삼성물산에버랜드, PNP, 월간커피, 텐아시아, 이구필름 <푸드트럭>록키스핫도그, SHU, 베리카인드, 고피자, 프라이즈 <강연>곽정은, 김신회, 박윤희, 박현선 <진행>이영준, 황영진 <바리스타>김경빈, 정소임, 김세헌, 한준섭, 강미희, 전유정, 김석중, 김산, 김기한, 김건우
김보라/민지혜/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