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PC방 살인' 피의자 김성수 가족, 서둘러 우울증 진단서 제출한 까닭?

강서 PC방 살인 피의자 김성수 얼굴 공개
"동생은 공범 아냐…우울증 진단서는 가족이 제출"
정신감정 위해 치료감호소 이송…한달가량 걸릴듯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씨(29)가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피의자 김성수를 22일 오전 11시 충남 공주시 반포면의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했다.경찰은 앞서 김씨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양천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김씨는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왼쪽 목에 선명하게 문신이 드러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피하지 않고 느릿느릿 어눌한 대답을 이어갔다.

취재진이 "동생이 공범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질문하자 김씨는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몇 몇 질문에 대한 답은 작은 목소리 때문에 알아들을 수 없었던 반면 동생의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우울증 진단서를 낸 이유를 묻자 "제가 아니고 가족이 제출한 것"이라고 답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는 말에는 "제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4일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신 모씨(20)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김씨는 말다툼 끝에 흉기를 가져와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신씨의 얼굴과 목 등에 30여차례 칼을 휘둘렀고 피해자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피해자 아버지는 "현장에 가서도 심폐소생술 때문에 아들 손도 잡아주지 못했다. 아들이 사망한 뒤에야 우리가 볼 수 있었다. 살아있는 아이의 손도 못 잡아주고 헤어지게 되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울분을 토했다.그는 "아들이 193cm에 검도 유단자다. 나도 180cm이지만 힘으로 어떻게 안된다. 동생이 없었다면 아무리 칼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제압하거나 도망갈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도망을 못가게 잡았다는 것은 같이 가담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제 모든 일을 접고라도 이 일을 밝히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 국민을 분노케 한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가족은 왜 황급히 그가 10년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진단서를 제출했을까.

우울증을 오래 앓아왔다는 정신과 병력이 심신미약으로 인해 감형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한 행동이었을 것이다.어린 나이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항상 내 아이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유괴 같은 피해를 입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는 많지만, 정작 가해자가 될까 불안해 하는 부모는 적다.

아니,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성인이 되더라도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은 부정할 수 밖에 없다.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됐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더라도 세간의 거센 비난에 두려워 할 뿐 피해자 가족 생각은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양의 어머니 또한 사건 보도 이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믿을 수가 없다. 우리 딸은 그런 아이가 아니다. 아이에게 진실을 얘기하라고 했다. 내 아이가 한 짓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내 아이는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닌데."

김병수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은 이같은 부모의 삐뚤어진 모성애에 대해 "선택적 주의 집중이며 편향의 오류"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자녀의 좋은 면만 보고 그것만으로 아이 인격 전체를 해석하는 오류라 할 수 있다"면서 "어머니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딸의 부정적인 측면은 억제하는 방어 기제가 작용하면서 극단적인 방어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서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씨 부모 또한 그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정신과적인 질병이 있었다면서 순순히 내 아이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속에서 과연 제대로된 뉘우침이라는것이 생기게 될지 의문이다.

네티즌들은 "가해자 부모의 첫마디가 사죄나 용서가 아니라 '우리 자식 약 먹어요' 였다는게 어떤 집안인지 알만하다", "정신과 진료기록이 살인면허증이냐"며 성토를 이어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