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CJ컵이 남긴 韓 남자 골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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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 레저스포츠산업부 기자 etwoods@hankyung.com지난 21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는 2회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동시에 한국 남자 골프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상기시켰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승자 등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힘을 쓰지 못했다. 순수 국내파 중 가장 좋은 성적은 맹동섭(31)의 공동 41위로, 지난해 최진호(35)의 공동 36위보다 낮아졌다.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격차는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남자 골프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의 ‘연도별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남중부 등록 선수는 282명, 남고부 등록 선수는 360명. 8년 전 각각 542명, 1016명과 비교하면 반 토막 혹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낮아진 출산율을 고려해도 2010년 대비 여중부가 고작 약 50명, 여고부가 약 30명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감소세는 국내 남자 골프계가 더 이상 꿈나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KPGA는 2~3년 정도 열고 없어지는 ‘속빈 강정’ 같은 대회를 유치하는 등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내 남자 프로골프 선수를 보고 골퍼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반면 이번 CJ컵에선 제이슨 데이(호주)의 사인을 받기 위해 아빠의 목마를 탄 아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던 남자 프로골프팬 4만 명 이상이 제주에 운집했다. 지난해의 3만5000명을 뛰어넘은 숫자다. 한국에서도 여자 골프만큼이나 남자 골프가 충분히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PGA 투어 사무국에 따르면 매년 200여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CJ는 올해 대회만으로 2000여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KPGA 코리안투어는 기업들이 어디에 왜 돈을 쓰는지 더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변화가 없다면 2026년까지 개최가 확정된 CJ컵은 남은 8년간 한국 선수들과 세계적 선수들의 수준 차이만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