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오케스트라 PE, 골프브랜드 마제스티 인수로 데뷔…韓·日 주무대서 M&A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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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루키 PEF (3)▶마켓인사이트 10월22일 오후 2시43분
마루망타이완까지 인수
'마제스티골프'로 社名 통일
"기업·연기금·법률 자문사 등
모든 거래 관계자와 협연할 것"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PE)는 회사 이름과 대표의 이력에서부터 ‘한국과 일본 기업의 경영권 인수합병(buyout M&A) 전문’이라는 사업 모델까지 모두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설립하자마자 명품 골프채 브랜드 ‘마제스티’로 유명한 마루망의 일본 본사와 한국 자회사를 함께 사들이면서 주목받았다. 최근 대만 합작 파트너의 보유 지분(51%)을 인수해 마루망타이완까지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달부터 한국 일본 대만 등의 회사 이름을 ‘마제스티골프’로 통일했다.
한국과 일본만을 주 무대로 삼는 PEF는 오케스트라가 유일하다. 일본 투자 사례가 있는 MBK파트너스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대형 PEF들은 중국 홍콩 호주 등 다른 동아시아 지역에도 사무소를 가진 ‘팬아시아 펀드’다. 김재욱 오케스트라 PE 대표(사진)는 2017년 서울과 일본에 두 개의 본사를 세웠다. 한국과 일본인 임직원 대부분이 한국어 일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김 대표는 한국의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고 재일동포 아내와 결혼해 도쿄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킹메이커’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고(故) 김윤환 전 의원의 조카이자 경북 구미에서 3선 의원을 한 김태환 전 의원의 아들이다. 미국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후 베인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12년 근무했다. 2006년 AIG의 PEF 계열사인 리버사이드컴퍼니 아시아 사장으로 영입되면서 투자업계에 진출했다. 11년간 한국 일본 호주 등에서 성사시킨 M&A가 11건에 달한다.오케스트라 PE가 인수 대상을 한국과 일본 중견·중소기업으로 좁힌 건 두 나라 모두 고령화와 승계 문제라는 공통된 고민을 갖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한·일 모두 거래 규모 1000억원 안팎의 기업이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승계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서 성장 정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점도 양국이 같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상대 나라에 진출하려면 국민 정서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그는 “양국을 잘 아는 투자회사가 없다 보니 상호 진출을 도울 연결고리가 부족했다”며 “한·일 양쪽에 뿌리를 둔 오케스트라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색적인 사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기업과 연기금·공제회, 재무·법률·회계 자문사 등 모든 M&A 거래 관계자 중심에 서서 멋지게 협연하자는 의미에서 붙였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