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금리인상 예고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글로벌 경기 급변 않는다면
통화정책 완화 조정하겠다"

집값 급등 책임론 쏟아지자
"저금리보다 부동산개발 영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2일 “글로벌 경기가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11월 금리 인상 방침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한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완화적 금융여건이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금융안정에 더욱 유의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던 종전 발언과 달리 이날은 단정적인 표현으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전 예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절한다고 한 것이 인상한다는 뜻이냐”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라며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국감에선 수도권 집값 급등에 대한 한은의 책임을 묻는 여당과 일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2014년과 2015년에 (금리 인하 압박을) 버티고 기업 구조조정과 좀비기업 청산에 나섰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며 “그렇게 쭉 밀려오면서 부동산시장이 난리가 나니 다시 (지금) 정부는 (금리를)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금리는 집값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며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하더라도)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은 7월 이후 특정 지역에서 올랐다”며 최근 집값 급등이 저금리 영향보다 정부 정책, 개발계획 발표 등의 영향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한은의 독립성 훼손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공방도 벌어졌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2014년 금리 인하 때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메모와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박근혜 정부가 금리 인하에 부당한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가 한은에 금리 인상을 압박한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반박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