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제조공정 혁신…'불량될 운명'까지 예측

태양광 모듈 등 생산라인에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도입

'LG 인텔리틱스' 자체 개발

4000개 항목 데이터 수집
태양광 모듈 출력 극대화할
최적조합 찾아…불량률 '뚝'
공정 자동화·스마트 팩토리 가속
LG전자가 태양광 모듈, 휴대폰, 냉장고 생산라인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공정 혁신’에 나섰다. 지난 3년간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LG 인텔리틱스’를 통해서다.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면 △불량품이 발생한 공정 파악 △불량의 근본 원인 확인 △불량 예측 및 방지 조치까지 가능하다. 수십억원의 비용 절감을 이뤄내는 등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적의 조합을 찾아라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 LG 인텔리틱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불량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태양광 모듈을 구매할 때 고객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얼마나 높은 출력을 내느냐다. 받아들인 빛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고출력 제품이다.

문제는 고출력 모듈을 만들 수 있는 조합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LG전자 클라우드센터 스마트데이터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태양광 모듈의 출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찾기 시작했다. 센서·장비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어떤 셀을 어떻게 조합했을 때 모듈의 출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일정한 경향성을 찾아냈다. 이미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원인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완성될 모듈의 품질을 ‘예측’하는 작업까지 가능해졌다. 조봉수 스마트데이터실장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잠재적 범죄자를 검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인텔리틱스 시스템의 작동 원리도 이와 똑같다”며 “불량이 될 운명인 태양광 모듈을 찾아냄으로써 불량을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태양광 모듈에 대한 예측 오류율은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적용하기 전 22%에서 8%까지 떨어졌다. 모듈 출력을 개선하고 불량률을 낮추면서 올해 태양광 생산라인에서 약 5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속도 내는 공정 자동화

LG전자는 이 시스템을 휴대폰과 TV, 냉장고 등의 생산라인에도 확대 적용했다. 휴대폰 무선감도검사 공정은 단말기 상하단의 안테나 송수신 감도를 측정하는 공정이다. 이 공정에서는 ‘가성 불량’을 최소화하는 데 데이터를 활용했다. 가성 불량이란 불량이 아닌데도 불량으로 판정하는 경우를 뜻한다. 불필요하게 재검사를 진행하도록 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비용을 늘린다. 올해는 인텔리틱스 시스템 덕분에 가성 불량 판정을 받는 제품이 줄어들면서 무선감도 검사 불량률이 2.2%에서 1.2%로 낮아졌다.LG전자는 국내 일부 공장에만 적용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전 세계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업에도 속도를 내게 됐다. 각 기기를 자동화해야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실장은 “자동화되지 않은 공정 중 어떤 부분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면 품질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인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