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채용' 공분 커지는데…조사할지, 말지 망설이는 정부

속속 드러나는 공공기관 비리
기재부 "조사 어려운 측면 있다"
작년 '비리 전면전' 때와 대조적
속속 드러나는 공공기관 임직원 친인척 ‘고용세습’ 의혹으로 공분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전체 공공기관 조사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고 있다. 전임 정부 시절 있었던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지난해 드러났을 때 ‘뿌리를 뽑겠다’며 전면전을 벌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윤태식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22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기재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며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대응 방안 검토를 내부적으로 지시해 관련 실·국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도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검토하겠다”고 답했다.윤 대변인은 ‘검토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수조사를 할지, 말지부터 검토한다”고 말했다. 아직 조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우선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실관계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변인은 이어 “친인척 여부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돼 조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조사하더라도 구체적 방법에 대해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방 공공기관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도 전수조사가 필요한지부터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감사 상황을 지켜보되, 중앙공공기관의 전수조사가 이뤄진다면 필요한 경우 지방 공공기관도 전수조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불거졌을 때 ‘전면전’을 선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관계장관 긴급간담회를 거쳐 11월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약 4800건을 적발해 수사 의뢰 등을 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정권 눈치를 보느라 이번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해선 전수조사를 망설이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