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서실장과 아는 사이인데…" 여전한 靑 사칭 범죄

문재인 대통령 "거짓말에 속아
피해 발생 않도록 조치 취하라"
청와대가 속출하고 있는 ‘청와대 사칭 사기’ 사례를 공개하며 근무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접한 뒤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단호한 조치를 지시했다.

22일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대통령을 사칭하거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의 사기 행각에 휘말려 사건에 따라 많게는 4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피의자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지방의 유력자 다수에게 문 대통령 이름으로 ‘도와주라’는 취지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전과 6범인 B씨는 서울 성동구치소에 함께 수감됐던 C씨의 자녀 D씨에게 접근해 “임종석 비서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모친(C씨)을 사면해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금전을 요구한다고 속여 3000만원을 받아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고교 후배 E씨는 한 수석의 보좌관을 사칭해 4억원을 뜯어냈다.

이 밖에 F씨 등 2명은 작년 5~8월께 ‘싱가포르 자산가가 재단 설립을 위해 6조원을 입금했는데, 자금인출 승인을 도와주는 이정도 총무비서관에 대한 접대비·활동비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로부터 1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청와대 출입증을 위조해 피해자 2명에게 자신을 청와대 공직기강실 선임행정관이라고 속여 취업 알선, 변호사 선임비 등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아낸 사례도 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공개한 6건 외에도 더 많은 사기 사례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뒤 “국민들이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속아 막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사례에 청와대가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어떤 위법사례도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한 근무기강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집권한 만큼 위법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청와대는 물론 관계부처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불법 행위에 가담한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는 메시지를 청와대는 물론 정부 부처에 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꼭 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최근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과 관련한 우회적인 경고로도 읽힌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