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정적'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포옹했다.22일(현지시간) AP,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크루즈 의원의 중간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해 크루즈 의원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선 과정에서 1·2위를 다투던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루즈 의원의 아내와 아버지를 모욕하면서 관계가 악화했다.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모델 출신 아내 멜라니아 여사와 크루즈 의원 부인의 사진을 나란히 트위터에 올려 두 사람의 외모를 비교하고, 크루즈 의원의 부친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그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크루즈 의원은 당시 반(反) 트럼프 진영의 구호였던 "양심껏 투표하라"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하는 것으로 원한을 갚았다.
그러나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불과 2년 뒤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텍사스에 내려 자신을 맞이하러 나온 크루즈 의원과 손을 맞잡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과거 크루즈 의원을 "거짓말쟁이 테드"라고 비방했던 트럼프 의원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으로 향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크루즈 의원)는 더이상 '거짓말쟁이 테드'가 아니다"라며 "아름다운 테드", "텍사스 테드"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줬다.
이날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열린 지원유세 현장에서는 "그가 당신들의 일자리를 지켰다.
그가 당신들의 국경을 지켰다"며 "그는 당신들의 가족과 신앙을 지켜준다"고 크루즈 의원을 추켜세웠다.트럼프 대통령은 무대에 오르기에 앞서 크루즈 의원과 포옹해 두 사람이 과거의 앙금을 털어냈음을 과시했다.
크루즈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무대에 올라 "텍사스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외쳤다.
그는 두 사람이 과거의 원한을 털어내고 서로 협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2020년 도널드 트럼프가 압도적인 차이로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해 지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AFP통신은 옛 정적들이 손을 맞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정치적 이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루즈 의원이 당선돼 공화당의 상원 장악력을 지켜내야 하고, 크루즈 의원은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의 후원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며 민주당과 정적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은 수백만 불법 체류자들이 우리 법을 어기고 우리 국경을 침범하고 우리나라를 뒤덮도록 부추기고 있다"며 민주당과 중미 이민자들의 행렬인 '캐러밴'(Caravan)을 거듭 공격했다.
또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불법 이민자들이, 해서는 안 되지만 투표를 한다"며 "이 나라에서 너무나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골 비방 대상인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코리 부커(뉴저지) 상원의원 등의 이름도 이날 연설에서 어김없이 거론됐다.
그는 민주당을 "부패하고 권력에 굶주린 글로벌리스트(세계주의자)"에 비유하며 "글로벌리스트는 세계가 잘 되길 바라고 솔직히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엇인지 아는가? 나는 국수주의자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은 폭도를 양산하고 공화당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민주당이 "미국 가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로이터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