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에 빠진 한전·발전5社까지…"단기 일자리 2000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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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재부, 발전 공기업 '채용 압박'
3분기 연속 영업적자 낸
한전 818명 추가 고용 계획 내놔
서부발전 등도 정부 시책에 '화답'
기재부는 "무리한 강요 없었다"
외교부 산하기관도 동원
KOICA 17명·국제교류재단 10명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채용 계획
박종필 정치부 기자
국정감사를 준비 중인 국회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기획재정부가 정부 산하 공기업 등에 단기일자리 채용을 압박한 정황을 담은 보도가 나온 뒤 이같이 말했다.▶본지 10월23일자 A1·2면 참조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전 및 발전 자회사들이 탈(脫)원전 정책 등의 영향으로 경영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압박에 밀려 무리하게 단기일자리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 1294억원, 올해 1분기 1276억원, 2분기 6871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냈다. 3분기 연속 적자 규모만 9400억원에 달한다. 올 3분기 적자까지 더하면 최근 1년간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낸 셈이다. 5개 발전 자회사의 올해 당기순이익도 1356억원에 그치며 지난해(6623억원)의 20% 수준까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단기일자리는 대부분 2~3개월간 박람회 등 행사 지원, 정비 및 사무 보조, 청소용역 등 말 그대로 허드렛일에 투입된다.
수익사업이 없는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기재부의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단기일자리 마련에 동원됐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 9월에 4개월 계약으로 17명을 뽑았고, 한국국제교류재단(10명)과 재외동포재단(4명)도 ‘성의’를 표시했다.각 기관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단기일자리 확대에 나선 것은 채용 결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기재부의 엄포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채용 가능 수요를 조사해본 것일 뿐 무리하게 채용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기업 채용담당자들은 “형식상 자발적인 협조 요청이었지만 경영평가라는 칼자루를 쥔 감독기관의 지시를 어떻게 거역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기재부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수차례 공문을 보내 숫자를 늘리라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성적표가 나쁜데도 불필요한 단기일자리 채용을 늘리는 것을 민간기업에선 상상할 수나 있겠느냐”며 “사실상 배임행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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